가끔 사는 게 창피하다

저자

김소민

브랜드

한겨레출판

분야

에세이

출간일

2020-02-27

ISBN

9791160403664 03810

가격

13,500원


구입처

전자책

도서정보

난자가 수정된 적도 없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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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는 당황해 물을 들이켰다.

나는 묘한 적의와 죄책감을 느꼈다.

- 본문 중에서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싱글에 애도 없지만 아줌마 혹은 어머니로 불리는

‘나’는 누구인가.

 

 세상에 휘둘려 말하지 못한 나의 긴 이야기

그 오답 같은 해답의 기록들

 

 

인간 본연의 은밀하고 내밀한 감정에 대한 깊은 사유, 문장 사이로 녹아든 호쾌함, 신선도 백 퍼센트로 해동되는 ‘낯선’ 유머의 쾌감을 선사하는 김소민 작가의 신간 《가끔 사는 게 창피하다》가 출간됐다. 책은 40대 여성 작가가 퇴사 이후 나를, 주변을, 종래엔 세상을 이해하려는 시도로써 ‘나’라는 한 인간을 다시 키우며 써 내려간 에세이다. 무엇보다 싱글 여성이 온 힘을 다해 자기 자신으로 살아남기 위해 애쓴 기록이다. 작가는 ‘왕년에’ 〈한겨레신문〉에서 13년 동안 기자 생활을 했고 이후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했다. 한마디로 꽤 잘 나갔다. 지금은? 40대, 여성, 백수, 싱글. 네 가지 타이틀이 붙은 칼럼니스트다. 한 가지도 힘든데, 네 가지다. 그래서 ‘사는 게 창피한 걸까?’ 아니면서도 맞다. 그건 세상이 부여한 네 가지 타이틀이 작가에겐 상처이자 동시에 세상에 휘둘려 스스로 부여한 타이틀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타이틀을 다시 거두어 ‘진짜 나의 긴 이야기’를 써 내려가려는 작가의 어려운 호흡이자 내적 갈등의 좌표다. 작가는 ‘40대 싱글 백수 여성’이 겪게 되는 일상을 해학적으로 풀어내곤 우리가 왜 ‘나’로 버틴 채 타인을 이해하고 사회를 바라보는 확장된 시선을 갖는 게 중요한지 생각하게 만든다. 신문기자 시절 익힌 날카로운 관찰력은 40대, 싱글, 백수, 여성이 되고 나니 더욱 빛을 발한다. 정상인 척하는 불협화음의 일상이, 이제야 보인다. 그 일상 속 개인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이자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다.

〈한겨레〉에서 13년 기자로 일했다. ‘대기만성형’이란 이야길 들었다. 항상 ‘대기’하고 있다고들 그랬다. ‘만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그만뒀다. 기자 10년차 때 ‘더 이상 못하겠다’ 싶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괜히 걸었나. 그 길은 어쩌다 보니 독일과 부탄까지 이어졌고, 몇 년을 살다 왔다. 한국에 돌아와 국제구호 NGO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했다. 퇴사하니 옛 월급날마다 슬프고 더 늘어난 의료보험료를 낼 때마다 화난다. 시사주간지 〈한겨레21〉에 ‘김소민의 아무몸’을 연재하고 있다. 몽덕이(개) 사룟값을 벌려고 프리랜서로 고군분투 중이다. 쓴 책은 《이해하거나 오해하거나》가 있다.
작가의 말

1부 퇴사 1년, 흰머리가 쑥대밭이다
- 사추기에 인생을 건 사고를 치다
- 내 감정은 진짜 내 걸까?
- 이제부터 그냥 딸
- 당신의 이야기를 그대로 들을 수 있을까?
- 가장 괴로운 건 고립감
- 세상은 왜 이토록 두려울까?
- 죽고 싶은 날엔 참치 캔을 까 먹는다

2부 내 나이 마흔, 나는 나로 살아본 적이 있던가
- 가끔 혼자인 게 창피하다
- ‘무시’는 누가 하고 있나
- 자기 이야기를 다시 쓴다는 것
- 종교 쇼핑
- 허망해서 욕망을 붙드는 걸까
- 40년 넘게 전속력으로 불안으로부터 도망쳤다
- 닥치세요, 저 상처받았어요
- 어차피 주름이 이긴다
- ‘내 작고 찢어진 눈’이 하는 이야기

3부 타인의 슬픔을 이해한다고?
- 엄마가 동그란 덕분에 나는 각진 채 살 수 있었다
- 더 많이 사랑해 억울하다면
- 스무 살이 된 엄마가 울었다
- 슬픔은 사지선다형 문제처럼 간단하지 않다
- 의미를 찾는 존재들
-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난동을 피웠다
- 우리는 사람으로 살다 죽고 싶다
- 그때 밥해줄걸
- 대충 자주 본 사이가 주는 온기
- 개처럼 사랑한 적도 없으면서
- 상실의 하루가 순간에 떠밀려 간다

4부 사람에겐 무조건적인 환대가 필요하다
- 여자는 ‘덜’ 인간이란 미세먼지
- 아무 말 하지 못한 나를 용서하지 못해
- Roma에서 Amor로. 신은 가장 낮은 곳에
- 지옥에서도 배움이 있었다
- 왜 우리만 이해해야 하나
- 대한민국, 모욕의 전투장
- 공정한 척하는 불공정
- 환대, 서로 사람임을 확인해주는 것
- 동갑내기 종선 씨가 매를 맞을 때
- 잿더미에서 스스로 부활한 사람들
“나이 마흔이 되고서야 타인에게 내가 어떤 의미인지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나는 누구인지 돌아보는 첫 연습을, 흰머리를 뽑으며 하고 있다.” - 31쪽, '이제부터 그냥 딸', 1부 <퇴사 1년, 흰머리가 쑥대밭이다> 중에서

회사와 이별하고, 연인과도 이별하고. 거기에 늙은(?) 여성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사추기 성징인 ‘젊음(?)’과의 작별까지. 사십 평생 수긍하고 수용할 줄만 알았던 작가는 이 모든 것과의 이별 뒤에 오히려 타인에게 받은 상처를 용기 있게 고백한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부분을 ‘내’가 아닌 다른 무엇에 의지하며 살았나. 인간관계는 회사가 둘러쳐줬고, ‘나’로 서지 못한 채 상대방에게 ‘사랑’을 갈망했다. 타인의 시선에 맞춰 내 몸을 들여다봤다. 그 과정에서 받은 상처는 미처 말하지 못한 채 마음 속 흉물스러운 딱지가 됐다. 역설적이게도 작가는 타인에게 상처받았으나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면서 나를 찾아간다. 더불어 상처를 받기만 한 줄 알았는데, 타인에게 상처를 줬던 사실을 기억한다. 더 나쁜 건 나에게 상처를 주고도 오랜 시간 아닌 척했다는 거다. 그 마음의 상처에 울퉁불퉁, 엉기성기, 뒤죽박죽 얹어진 딱지를 작가는 이제 조금씩 떼어내려고 한다.

(...)

작가가 말하는 자기 자신이 되는 첫 걸음, 바로 자기에게 거짓말하지 않는 거다. 세상이 넘겨준 습관대로 생각하며 ‘밋밋해진 전두엽’에 반기를 들어야 한다. 체득된 감각과 생각을 무너뜨리고 실연과 상실을 넘어 자신을 다시 쌓아야 하는 고통에 맞서야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그럼에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상처는 아물기 마련이며 두려움은 부딪혀야 활활 타올라 재가 된다는 것을. ‘나’라는 사람으로 버틴 채 어려운 발걸음을 떼며 주변과 세상을 향해 고개를 들면 그제야 보일 거다. 오답인 줄로만 알았던 ‘나의 이야기’가 실은 해답이라는 사실을. ‘나’라는 한 인간을 다시 쌓아가기 위해 마주한 고독과 희망. 이 둘 사이의 평균대에서 작가는 지금, 딱 버티고 서 있다.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