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숨

저자

김혜나

브랜드

한겨레출판

분야

한국문학>단편소설

출간일

2022-09-20

ISBN

9791160408461

가격

15,000원


구입처

전자책

도서정보

“끊임없이 숨을 쉬는 존재, 분명히 살아 있는 존재가

곁에 있다는 상상만으로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평온한 나날에도 어김없이 피어오르는 과거의 상처와 미래의 불안

내면의 소용돌이를 잠재울 따뜻하고 부드러운 단 하나의 호흡법

 

외롭고 지친 청춘들의 시린 삶을 솔직한 시선과 곡진한 문체로 그려온 김혜나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첫 소설집인 《청귤》로 “고통이 곧 삶의 증명임을 보여준다”고 평가받은 작가는 전작의 주제 의식을 이어받아 더욱 성숙해진 시선으로, 상처를 품은 인물들이 각기 다르게 아픔을 마주하고 겪어내는 과정을 감각적인 문체로 묘파해낸다. 내면에서 마구 소용돌이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과 불편, 요가·명상·수련·음식·다도 등으로 표상되는 고요와 평화 속에서도 끊임없이 고뇌하고 번민하며 갈팡질팡하는 마음, 결과를 알 수 없음에도 미래로 나아가며 해답을 얻거나 얻지 못하는 인물의 이야기가 레드벨벳 케이크처럼 어우러진 작품집이다. ‘깊은숨’은 단편 〈가만히 바라보면〉에 나오는 단어다. 내면의 평화를 얻기 위한 요가의 호흡법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고뇌에 차서 내뱉는 한숨, 편안하게 휴식하며 내뱉는 숨, 내가 존재하고 살아 있음을 일깨우는 들숨과 날숨 등 다층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오지 않은 미래가 두려운 까닭은 결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비극으로 끝난다 해도 결과를 알 수만 있다면 의연하게 그 한가운데로 걸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끝내 결과를 모른다면, 장밋빛 미래라 해도 더 이상 그쪽으로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 스스로 시작하고 끝낼 수 없다면 싹을 잘라버리는 게 나았다. 가만히 놔두었다가 발효의 과정을 지나 산패해버리는 탁주처럼 모든 것이 망가지는 결말은 보고 싶지 않았다. _본문에서

 

“우리는 어떻게, 어디로 도망칠 수 있다는 말인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만남과 안개에 휩싸인 듯 요원한 꿈

 

〈레드벨벳〉의 주인공 ‘나’는 영어 강사 해럴드와 우연히 찻집에서 대화를 나누며 그와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해럴드에게 아내가 있다는 이유로 두 번째 만남을 단칼에 거절당한다. 자신의 연락을 시종일관 무시하면서도 손수 작성한 영어 교재와 영시 필사본을 선물하는 그의 처신에 의문과 불편을 느끼지만, ‘나’가 의구심을 해소할 방법은 없다. 〈코너스툴〉에서 소설가 이오진은 책방 주인인 박호산에게 따뜻한 동질감을 느껴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주고받길 원한다. 그러나 무슨 영문인지 호산은 더 이상의 소통을 거부하고, 호산의 아내가 오진을 책방으로 불러 남의 남편을 건드리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두 소설 모두 주인공이 애타게 가닿고 싶어 하는 인물과 모종의 이유로 만날 수 없게 된 상황을 그린다. 여자와 남자 사이에 친구 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믿는 사회에서, 그들의 만남은 그저 불륜의 전 단계일 뿐이다. ‘이성애’로 포착하기 어려운 관계의 복잡성과 풍부함은 쉽게 삭제되고 만다. 〈오지 않은 미래〉의 동화작가 여경은 전통주 빚기 취미반에 다닌 것을 계기로 이성 커플인 민서, 진수와 어울리게 된다. 그는 셋이서 보내는 시간이 즐거워 그들과 헤어지는 장면을 애써 떠올리지 않는 한편, 저의를 알기 어려운 민서의 말(“진수가 여경 선생님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말하는지 몰라요. 정말로 온종일 선생님 이야기만 해요”)과 진수의 의뭉스러운 태도로 아찔한 불안에 빠진다. 여경은 그들과의 만남이 도대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하기 힘들어서, 평화롭게 유지해온 관계를 밑바닥까지 망쳐버릴까 두려워서 집으로 가는 열차에 재빨리 몸을 싣는다.

〈레드벨벳〉의 ‘나’가 무명작가로서 문학평론가인 애인 훈과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꿈을 꾼다면, 〈비터스윗〉의 진아는 남편과 아들이 있는 진 언니와 단둘이 지방에서 요가원을 만들어 사람들을 가르치는 미래를 상상한다. 그들의 소망은 거창하지도 실현 불가능하지도 않은데, 어쩐지 숨 막히게 갑갑한 세상은 그들이 원하는 바를 쉽게 이루어줄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나’와 진아는 안개처럼 불투명한 “환멸의 순간”을 “회피하지 않”고 “정직하게 온몸으로” 겪어낸다. ‘나’는 레드벨벳 케이크의 단맛과 신맛을, 진아는 초콜릿의 딱딱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달콤함과 씁쓸함을 담담히 자기 “안으로 함께 받아”들인다. 끊어지거나 변하지 않는 진정한 인간관계,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진짜 삶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불안은 만남과 꿈의 기본적인 속성이며, 우리는 단지 긍정도 부정도 없이 “결코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살기 위해, 모두에게서 등진 채로 떠나면, 우리가 꿈꾸던 진실한 삶이 그곳에 있을 것 같아? 그럴 수도 있겠지. 그곳에 진짜 내가, 진짜 내 삶이 존재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런데, 그러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꿈을 이루면 영원한 행복에 이르러 두 번 다시 불행과 불안을 느끼지 않으며 살 수 있을까? 너는 정말로 그렇게 믿어? _본문에서

 

“내가 찾아야 할 존재는 오직 나 자신뿐이라는 진실.”

결말까지 다다르려는 욕망과 내면에서 해답을 찾아내는 여성들

 

〈아버지가 없는 나라〉의 정한아는 한인 해외 입양인인 아진과 알랭이 한국에서 친부모를 찾는 여정에 함께한다. 유년 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그는, 당시에 바쁜 엄마 대신 자신을 정성스레 보살펴주었던 모니카를 그리워한다. 두 사람이 입양기관의 기록과 친부와 친모의 흔적을 더듬어나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한아는 자신의 근원인 모니카를 찾을지 말지 고민에 빠진다. 〈모니카〉의 주인공이자 한아의 엄마인 정지은은 어학연수를 마치고도 뉴욕에 눌러앉을 만큼 일본계 미국인인 모니카를 깊이 사랑했지만, 끔찍한 사고를 겪으며 모니카를 버린 채 어린 한아를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여전히 모니카를 사랑하는 인물로, 20여 년 만에 뉴욕을 다시 방문하면서 혹시 모니카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모니카가 자신에게 복수할지도 몰라 두려운데 비극이 닥칠지라도 결말을 보고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한아와 지은 모두 과거에 잃어버린 퍼즐을 되찾아 자아를 완성하고자 하지만, 수련과 명상을 통해 결국 자신이 “어느 누구에게서 발생한 게 아니고, 어느 누구에게 속해 있지도 않았”으며 홀로 온전히 존재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어린 나의 전부였던 사람, 누구보다 나를 이해해주고 사랑해주었던 사람이 지금은 옆에 없지만, 그는 자기 방식대로 계속 살아갈 것이고 나는 내 삶을 일구어나가면 된다고 믿는다.

 

나는 그만 메시지를 삭제하고 모니카의 계정을 차단했다. 모니카는 이 세계에 내내 존재했고, 존재하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나 또한 그녀와 같이 이곳에 존재하며, 나의 존재를 이 세계에 내보낸 어떤 사람들도 나와 함께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_본문에서

 

“우리는 오래, 아주 오래 그곳에서 흐르고 있었다.”

태양이 빛나고 바람이 불고 구름이 흘러가듯

물결에 가만히 몸을 내맡길 때 비로소 찾아오는 평화

 

〈가만히 바라보면〉의 ‘나’는 요가 강사로 축제를 준비하다 요추에 부상을 입어 수련과 강습을 할 수 없게 되자 태국으로 훌쩍 떠나온다. 무덥고 습한 파타야에서 무기력증에 시달리던 그는, 티파니 쇼의 무대를 따내려는 잠(Jam)에게 요가를 가르쳐주면서 활력을 얻는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요가에 힘쓰며 흘린 땀방울과 매트 위에서 얻는 부상이 무색하게도,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고통스러워한다. 한편, 잠은 티파니 쇼의 슈퍼스타인 린과 한때 피를 나눈 듯 친밀했지만, 어느새 사이가 멀어져 지금은 그를 증오하고 헐뜯으며 살아간다. 린처럼 스타가 되기 위해 요가의 기본을 무시한 채 눈에 띄는 동작만 빨리 습득하려 한다. 누구보다 요가를 열심히 수련해온 ‘나’도, 마사지 가게에서 자신의 손길로 손님을 편안하게 해주었던 잠도 휘몰아치는 고뇌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나’가 복통으로 쓰러지고 잠의 공연 계획이 망가지면서, 그들은 자신의 내면을 점검할 기회를 맞이한다. 그동안 무엇을 위해 이토록 열심히 살았는지 모르겠다는 허무와, 사랑하는 친구를 향한 끝없는 미움이 따뜻하고 맑은 바다의 물결 앞에서 모래성처럼 산산이 부서진다.

 

《깊은숨》의 여성들은 “고독하고 의연한 수련자”처럼 자신의 삶을 또렷이 응시하는 힘이 있다. 내면의 현상을 ‘가만히 바라보기’는 무능이나 방관과 전혀 다르다. 그것은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며 끝내 도망치지 않고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 꿋꿋이 앉아 있는 행위이자, 어차피 내 삶에 도망칠 구석 따위 없다는 대범한 인정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늘도 깊은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치열하게 살아 있음을 감각할 것이다. 때로는 답을 알지 못해 깜깜한 어둠 속을 헤맬지라도.

김혜나
2010년 장편소설 《제리》로 제34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청귤》, 중편소설 《그랑 주떼》, 장편소설 《정크》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이 있다. 국내에서 요가 지도자 과정을 이수한 뒤 인도 마이소르에서 아쉬탕가 요가를 수련하고 요가 철학을 공부했다. 제4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했다.
오지 않은 미래
가만히 바라보면
아버지가 없는 나라
모니카
비터스윗
레드벨벳
코너스툴

작가의 말
■ 추천사
김혜나의 소설에는 바깥을 떠도는 여성들이 나온다. 그 바깥은 낯선 나라의 작은 방 한 칸이기도 하고, 외국어로 진행되는 원전 읽기 수업의 강의실이기도 하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살고 싶어서 그들은 떠나왔다. 그런데 밖에 선 인물들이 이렇게 중얼거릴 때 소설은 돌연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우리는 어떻게 어디로 도망칠 수 있다는 말인가.’ 이 탄식 혹은 의문의 순간이 김혜나 소설의 핵심인지도 모른다. 밖의 세계가, 떠나온 안쪽 세계와 다르지 않다는 것, 어디 있어도 곧 비슷한 모양의 숙명적 환멸이 생을 덮칠 것 같다는 것. 그런 예감 앞에서 우리는 숨거나 외면하는 것 말고 무엇을 할 수 있나? 그러나 김혜나의 여성들은 다르다. 그들은 회피하지 않는다. 도망치지 않는다. 정직하게 온몸으로 환멸의 순간을 겪어낸다. 고독하고 의연한 수련자처럼. 그들이 수련하는 것은 삶 그 자체다. 그 수련의 길이 앞으로 어떤 방향을 향할지, 더 깊은 안쪽일지 더 먼 바깥쪽일지 궁금해진다. 내가 아는 것은 그들이 결코 멈추지 않고 영원히 앞으로 나아가리라는 것이다. _정이현(소설가)


■ 본문에서
10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는 진수와 민서를 기다리며 여경은 뜻 모를 불편의 정체를 파악할 수 없어 답답했다. 지금 왜 마음이 불편한지 알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대처할 텐데, 정확하게 어디서 불안과 불편이 피어오르는지 아무리 돌아봐도 짚이는 게 없었다. _29쪽

열차가 어둠 속으로 들어가 차창이 까맣게 변하자 여경은 눈꺼풀을 닫고 오래 참은 숨을 내쉬었다. 감은 두 눈 속 어둠에 빛의 잔영이 떠올랐다. 이것은 언제쯤 사라질까?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사라지리라는 사실을 여경은 알고 있었다. _59쪽

“요가는 타인을 따라가는 길이 아니야. 지금 너보다 나은 사람처럼 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바로 너 자신이 되려고 하는 거야. 그게 바로 네가 말하는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_82쪽

“내가 린을 미워했던 이유는 그 애가 수술 후 나를 외면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만큼 그 애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나의 망상 때문이었어. 나는 그것을…… 이제야 알았어.” _90~91쪽

자연과 나는 분리되어 있는 개별의 존재가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어 흐르고 있구나. 모든 것이 나에게로 흘러들고, 나로부터 흘러가고 있구나. 물속의 소리가, 내 안의 소리가, 빛 속의 내가 그것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_94~95쪽

그가 나의 오른쪽 귀를 자신의 왼쪽 가슴에 갖다 댔다. 쿵, 쿵, 쿵, 움직이는 심장 소리. 우리는 태초부터 존재했고 사랑하고 있었다. 나는 그 존재를 끌어안았고, 그는 나를 보듬어 안았다. 우리는 오래, 아주 오래 그곳에서 흐르고 있었다. _96쪽

“그래, ‘나’라는 존재는 어느 누구에게서 발생한 게 아니고, 어느 누구에게 속해 있지도 않았어. 나는 그저 존재할 뿐이지. 마치 그날 바라본 친어머니의 눈처럼, 그 속에 담긴 하나의 영혼처럼, 나도 그저 존재하고 있어. 내가 잃어버린 퍼즐 조각은 나의 친부도 친모도 아닌, 나 자신이었어. 내가 찾아야 할 존재는 오직 나 자신뿐이라는 진실.” _139쪽

이 모든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오기로 결정한 것은 결국 나의 치기 어린 욕망과 집착 때문이었다. 그를 다시 보고 싶다는 욕망, 그와 다시 이야기하고 싶다는 욕망, 설사 부정적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결말까지 다다르고 싶다는 욕망. _178쪽

딱딱하고 차가운 것이 사실은 부드럽고 따듯하다는 사실을 나는 진 언니의 초콜릿을 먹으며 조금씩 믿을 수 있었다. 모든 것에 별다른 차이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이 하나임을 한 입 한 입씩 씹어 삼키기로 했다. 진 언니의 말대로 이 초콜릿은 훨씬 더 달고 부드러웠다. 그러나 카카오 특유의 씁쓸한 뒷맛이 여전히 남아 있어, 나는 그것도 내 안으로 함께 받아들였다. _221쪽

매일 술을 마시는 훈을 포기하고, 그와 함께 이루고 싶은 미래를 포기하고, 나 자신마저도 포기한 채 그저 견디는 이 삶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어디로 도망칠 수 있다는 말인가? _251쪽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고 보여주지 않아도 볼 수 있는 것들이 바로 그곳에 켜켜이 쌓여 있었으니까. _272쪽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사람,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사람, 변하고 싶어도 변할 수 없는 사람들이 소설 속에 산재해 있었지. 그리고 마침내 죽어버리는 사람까지도. _288쪽

모두 저와 다른 것을 보고,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곳으로만 나아가고 있었어요. 이 세계에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위로와 공감을 얻을 수 없었고, 저는 늘 혼자라고 여겼어요.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 그 안에 저처럼 느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늘 공감이 가고 위로가 됐어요. _291쪽

간헐적으로나마 호산 선생님을 보아오면서 선생님이 저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저와 같은 것을 바라보고, 저와 같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이 또한 혼자만의 착각이고 망상일지 모르지만, 이 세계에 나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외롭고 고단한 생활 중에도 위로를 받았어요. 호산 선생님이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상관없이 존재 그 자체만으로 누군가에게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어요. _291~292쪽

나는 그와 연애하고 싶은 게 아니라고. 나는 그를 남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은 인간으로, 나와 같은 존재로, 나와 같은 영혼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라고, 그게 다라고 말하고 싶었어. 그리고 나는, 나는……. _297쪽

나는 평생 단 한 사람에게만은 이 이야기를 꼭 고백하고 싶었어.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나의 이야기, 네 엄마는 물론 아빠까지도 읽어내지 못한 나 자신을 너만은 읽어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나는 그 믿음 하나로 이 글을 쓰기 시작했어. _30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