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난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됐다

저자

양선아

브랜드

한겨레출판

분야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출간일

2022-04-29

ISBN

9791160408133

가격

15,500원


구입처

전자책

도서정보

희망이 배신하고 절망이 굴러와도 인생은 계속되니까

아픈 나를 관찰하며

삶의 파도 타는 법을 깨닫다

 

활짝 열려 있던 문이 철거덕 닫히며 깜깜한 어둠 속에 내던져졌다고, 저자 양선아는 2019년 12월을 기억한다. 청천벽력 같은 유방암 3기 진단. <한겨레> 기자로 20여 년간 종횡무진 달려온 동시에 한창 자라는 두 아이의 엄마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이 이어지던 때였다. ‘도대체 왜 내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끝장난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됐다》는 그 갑작스러운 어둠 속에서 불빛을 더듬어 ‘암’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의 길을 찾아 나서는, 솔직하고 감동 가득한 에세이다. 암이라는 질병은 평소 ‘에너자이저’로 불릴 만큼 활기와 긍정 넘쳤던 그조차 처음엔 한없이 약하게 만든 인생의 돌부리였다. 그러나 “투병으로 이어지는 삶도 나의 인생이며 이 시간 또한 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니 절망과 불안의 늪에서 헤어날 수 있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크게 바뀌었다. 암 진단 이전엔 비대한 자아를 중심으로 뭐든 내 뜻대로 삶을 만들어내야 만족했다면, 암 진단 이후엔 나 자신이 광활한 우주의 일부분이며 인생은 뜻대로 되지만은 않는다는 걸 받아들이게 됐다. ‘수술-항암-방사선’의 투병 과정과 극심한 몸의 변화, 예상을 빗나가는 순간들을 통과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힘을 내기만 하고 살아온 지난날과 달리 힘을 ‘빼는’ 기술을 익히며 비로소 삶의 파도를 타는 법을 깨달았다. 아픔 속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서로 기대어 살아낸 사랑과 연대의 시간도 책에 촘촘히 담았다.

 

 

“어떤 상처는 누군가를 일으키는 약이 된다”
인생의 돌부리에 넘어진 마음을 일으키는
부축의 매뉴얼

 

《끝장난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됐다》는 투병기이지만 어둡지 않고 삶의 큰 고비에 대한 책이지만 무겁지 않다. 저자는 특유의 솔직함과 낙천성으로 질병의 양상과 치료 과정, 부작용과 회복의 상반된 경험 모두를 따뜻하고 담백한 필치로 그려낸다. 처음 암 진단을 받았던 날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무릎이 탁 꺾여 넘어지는 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이 서점이었던 일, 대학병원의 짧은 진료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마치 취재원을 만나듯 철저하게 질문지를 준비한 일 같은 에피소드는 20년 베테랑 기자의 ‘포스’를 느끼게 한다. 한편 항암 부작용으로 극심한 변비에 시달리다 우여곡절 끝에 ‘배변 독립’을 맛보았을 때의 행복감,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해 아예 빡빡 밀었는데 ‘도라에몽’같이 예쁘다는 가족들의 반응에 그만 웃어버렸던 기억은 독자를 실컷 울렸다 또 흠뻑 웃긴다.

추천사를 쓴 작가이자 심리기획자 이명수는 이러한 양선아만의 에너지로 채워진 이 책을 가리켜 “상처 입은 치유자”가 건네는 “부축의 매뉴얼”이라 말한다. 잘 아문 상처는 또 다른 상처를 부축해 회복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은 병원 생활과 항암 치료, 수술과 관련한 크고 작은 팁을 포함해 생활습관, 식습관, 마음가짐, 정보를 공유할 만한 통로 등 직간접적으로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저자만의 지침과 조언을 빼곡히 담고 있다. 아울러 어떤 방식으로든 저마다의 순간에 찾아오는 아픔과 시련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인생의 태도와 방향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는 독자들에게는 ‘몸’과 ‘나’, 그리고 ‘삶’의 관계에 새로운 물음을 던질 용기를 선사할 것이다.

양선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사회학과 신문방송학을 공부한 뒤, 한겨레신문사에서 20여 년간 기자로 일하며 꾸준히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다. 〈한겨레〉 임신·출산·육아 웹진 ‘베이비트리’를 맡아 7년 동안 기획·운영한 경험도 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에서 아동의 인권 향상과 교육 공공성 확립에 기여한 공로로 2018년, 2019년 ‘올해의 언론인상’을 받았다. 2019년 12월 유방암 진단을 받고 병가를 낸 상태다.
암 진단 뒤 ‘욕망 다이어트’ 중이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걸을 수 있다면 만족한다. 암을 완치하고 인생을 즐기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 꿈이며, 두 아이 민지·민규와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
사람의 마음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자존감은 나의 힘》을 썼고, 《나는 일하는 엄마다》 《고마워, 내 아이가 되어줘서》를 함께 펴냈다.
프롤로그: 삶의 길목에 선 당신에게

1부 · 믿음과 두려움 사이
내 인생에 암이라니
검사 결과를 받는 일은 한없는 기다림의 연속
10년 전의 내가 전해준 용기로
빨간약은 지독해 지독한 건 빨간약
항암제 후유증: 올챙이 배 탈출기
아쉬움은 단 한 올도 없이
호중구 수치가 내 뒤통수를 후려쳤다
어차피 맞을 항암 주사라면 차라리 낄낄거리며
내 꿈은 인생을 즐기는 할머니가 되는 것
완전관해라는 별을 따려면 어둠 속으로

2부 · 그럴 땐 바람이 부는 대로 놔뒀다
슬픔을 어루만지기
입과 혀를 사랑하는 방식
유방 전절제, 마음의 집이 무너져 내리다
내게 담겨 있는 것들을 살피며 마지막 항암을
뭐든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
수술 전날 밤 편지에 담긴 투명한 마음
드디어 수술받다
가슴 트고 사는 여자들의 ‘은밀한’ 공감
인생은 새옹지마
‘치료의 광선’, 방사선 치료

3부 · 내가 나와 단란히 살기 위하여
동료들의 두터운 애정에 기대어
행복은 곱씹을수록 고소해진다
스스로 목적 없는 즐거움을 더 허락하자
운동은 정말 남는 장사
불안으로 마음이 출렁일 땐 다시 나로 돌아가
달러구트 님, 이 꿈은 어때요?
관계 재정비의 시간
항암 이후, 나만의 루틴으로 나를 돌보기
나의 암 환우 독자들에게

에필로그: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사랑
■ 추천의 말

나이 들수록 누군가를 부축하는 글이 최고로 좋아진다. 그게 글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 경지 같기도 하다. 《끝장난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됐다》는 내게 최고의 글이다. 어떤 말이 살아 움직여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지, 그 말이 어떻게 천하무적의 방패가 되어 삶을 계속 전진시키는지를 자기 경험을 통해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유방암 투병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부축의 매뉴얼 같은 글이다. 동아줄이 될 글이다. 이 글로 부축받을 사람들이 느껴져 읽는 내내 충전기에 들어앉은 느낌이었다. 기자답게 진료실에 수첩과 볼펜을 들고 가 잊지 않고 질문하기, 수술 전 간병시스템을 어떻게 짤지 계획하기, 항암 치료 전에 해야 할 일, 양선아의 수술 준비물 리스트 등 실용적 팁도 그득하다.
양선아는 상처 입은 치유자다. 본래 상처는 독성을 내포한다. 하지만 잘 발효된 상처는 독을 내뿜지 않고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는 약이 된다. 양선아의 맑은 필터를 통과한 상처는 다정하고 단단해져서, 독한 항암제를 혈관 속으로 주입해 암세포를 박멸하는 일처럼 살면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고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하는 절대 고통의 시간 속에 있는 이들조차 능히 일으켜 세울 만하다. 지금 물리적·심리적으로 벼랑 같은 고통 속에 빠진 누군가여, 상처 입은 치유자 양선아의 부축을 마음껏 받으시라. 그리하여 천천히, 정확하게, 일어서시라.
-이명수(심리기획자·《내 마음이 지옥일 때》 저자)


■ 본문 속에서

그날 나는 비로소 유방암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이 질병이 부정하고 원망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 또한 내 삶이고 내 삶의 일부라는 것을 수용하기로 했다. 그제야 암을 진단받기 전 내가 살아온 40여 년의 삶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 나는 치열했고 열정적이었고 내 삶을 사랑했다._34~35쪽

환우들 경험담 속에는 환우들끼리만 공유할 수 있는 아픔과 슬픔과 고통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의 지혜가 녹아 있었다. (…) ‘나 혼자만 이런 건 아니라는 거네.’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조금 덜 외로웠다. 어둠 속에서 나처럼 속쓰림과 변비의 고통을 겪는 환우들이 그려졌다. 상상 속에서 나는 그들의 손을 꼭 붙잡고 “우리 잘 이겨봐요. 모든 노력을 다해봐요. 좋은 날이 올 거예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다른 환우들이 나고, 내가 다른 환우였다. 그렇게 내가 나를 격려하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_61~62쪽

환자복이 스님 옷 색깔과 비슷해서인지, 영락없이 비구니 같다. 얼굴도 동글동글, 머리 모양도 동글동글. 사진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온다. 보기 흉하지 않다. 사진을 보고 있는데 친정어머니 카톡이 온다. “오메~이쁘다(역시 엄마의 사랑은 바다보다 깊고 하늘보다 넓다).” 머리카락 빠진다고 울고불고하던 내가 불과 며칠 만에 또 머리카락 한 올도 걸치지 않은 내 두상을 보며 웃고 있었다._75~76쪽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이자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의사가 전절제하자고 하니 눈앞이 하얘지면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진료실을 나오니 눈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나왔다. 마음의 집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걷고 또 걸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괜찮아지지 않았다. (…) 절망과 좌절의 회오리바람이 또다시 내 마음을 휘저었고, 나는 조용히 앉아 그 회오리바람을 응시했다. 애쓰며 피하지 않았고, 바람이 부는 대로 그냥 놔뒀다._150~151쪽

유방의 살을 도려내고 그 자리에 보형물을 넣든 복부 살을 떼어 붙이든 그 경험은 개별 여성에겐 매우 힘들면서 고유한 일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 힘든 경험을 하기 전 걱정하며 떨고 있을 때, 먼저 그 길을 간 환우들은 자기 가슴을 보여주며 그렇게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전해주었다. (…) 수술한 후에도 이런 ‘은밀한’ 연대와 공감은 계속됐다._187쪽

여러 사람과 행복한 순간들을 나누다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한 순간들을 듣다 보면 ‘아 저런 행복도 있지’, ‘아~ 이런 순간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구나’ 하고 힌트를 얻곤 했다. 모호하고 추상적인 행복이 아니라 작은 것에도 감탄할 줄 아는 구체적인 행복 말이다._2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