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름답지 않다는 거짓말

저자

조이한

브랜드

분야

예술, 페미니즘, 인문교양

출간일

2019-10-21

ISBN

9791160403107

가격

16,500원


구입처

전자책

도서정보

“이 책은 시각, 아름다움, 젠더의 관계를 제시한 우리 시대 최적의 인문학이다” _정희진

《조이한 진중권의 천천히 그림 읽기》 《위험한 미술관》 《그림에 갇힌 남자》 《젠더: 행복한 페미니스트》 등 다수의 저서를 펴낸 아트 에세이스트이자 페미니스트 조이한이 미술을 통해 본격적으로 젠더 문제를 이야기한다. ‘여성’이라는 성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여성의 이미지는 어떻게 정의되고 변형되고 왜곡되는가. 여성은 아름다움의 표상인가 성적인 대상인가. 여성을 둘러싼 그 변형과 왜곡의 역사는 시각 이미지를 통해 가장 극명히 드러난다. 성모 마리아와 마릴린 먼로, 미켈란젤로와 캐테 콜비츠, 주디 시카고와 바버라 크루거에 이르기까지, 고전과 현대 미술을 넘나들며 기나긴 시간의 여성사를 미학적으로 풀어낸다. 베를린 훔볼트대학에서 미술사와 젠더학을 공부하고 10여 년 동안 관련 강의를 해온 저자의 인문학적 통찰과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거침없는 글쓰기로 담아냈다. 이제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된 페미니즘과 젠더 이슈를 문화의 최전선 미술의 영역에서 한 발 더 들어가 깊이 있게 살펴본다.

아트 에세이스트. 미술을 통해 젠더 문제를 끊임없이 환기시키고 있는 페미니스트. 성신여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학에서 미술사와 젠더학을 공부했다. 인하대, 성균관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등에서 강의해왔으며,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상상마당, 서울자유시민대학, 양성평등원 등에서 일반인을 위한 미술과 젠더 강좌를 꾸준히 열고 있다. 지은 책으로 《조이한 진중권의 천천히 그림 읽기》 《위험한 미술관》 《혼돈의 시대를 기록한 고야》 《그림에 갇힌 남자》 《젠더: 행복한 페미니스트》 《그림 눈물을 닦다》 《베를린, 젊은 예술가들의 천국》 《뉴욕에서 예술 찾기》 《칠레에서 일주일을》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가란 무엇인가》 《아틀라스 서양미술사》 《여자 그림 위조자 1, 2》 《한 가족의 드라마: 독일 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 《이 그림은 왜 비쌀까》 등이 있다.
들어가며 _익숙함에서 벗어나 달리 본다는 것

1장 아름다움과 추함의 이분법
기괴한 늙은 여자와 중후한 늙은 남자
불완전한 몸, ‘현대의 비너스’
보라, 괴물 같은 인간이 여기 있다!
이게 어떻게 예술이 될 수 있을까?
때로는, 아니 자주 추한 것 속에 진실이

2장 누가 아름다움을 정의하는가
남자와 여자, 두 개의 벗은 몸
에로스, 남자가 남자를 사랑할 때
남자는 아름답고 여자는 추하다

3장 그녀는 왜 ‘악녀’가 되었나
판도라는 그저 상자를 열었을 뿐인데
이브를 위한 변명
릴리트, 아담의 첫 번째 아내
어머니 여신, 살해되다
팜파탈과 거세공포
메두사의 머리를 끄집어내라
악마도 구원자도 아닌, 여성

4장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과 폭력의 경계에서
여성을 향한 폭력의 미술사
그것은 당신의 판타지일 뿐
처녀와 매춘부, 그리고 남자
여성성을 연기하는 여자

5장 여성, 섹스의 발견
코르셋을 벗어던져라
복수의 카타르시스
성기 공포
음순을 음순이라 부르지 못하고
그들이 보고 싶어 하지 않는 몸
성적 대상에서 성적 주체로

감사의 말

도판목록
‘보는 방법’이 우리 삶을 결정한다
이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달리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예수의 시신을 안고 슬퍼하는 마리아를 형상화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최고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이런 명작 앞에서 사람들은 별로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저 감탄하고 감동받을 준비를 할 뿐이다. 우리의 눈은 이미 전문가의 평가나 고정관념으로 탁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도를 달리해서 바라볼 수는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피에타〉의 마리아는 왜 이렇게 젊은가? 어머니 마리아는 어림잡아도 40대 후반의 나이여야 하는데 33세에 죽은 예수보다도 젊어 보인다. 혹은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어떻게 저토록 차분하고 품위 있을 수 있는가? 미켈란젤로는 정말 마리아가 저런 모습이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여성학자 정희진의 말대로 “보는 방법, 인식론은 우리 삶을 결정한다.” 저자는 미켈란젤로와 캐테 콜비츠, 르네 마그리트와 워터하우스, 주디 시카고와 바버라 크루거에 이르기까지, 고전과 현대 미술을 넘나들며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예술가들은 왜 아름다운 것뿐만 아니라 추한 것을 그리는가? 도대체 누가 아름다움을 정의하는가? 우리가 내면화한 ‘여성상’과 ‘남성상’은 사회적으로 어떻게 형성되어왔으며, 왜 이것은 사랑이고 저것은 폭력이라 부르는가? 저자를 따라 작품을 읽다보면, 우리가 아무런 의심과 비판 없이 받아들였던 세계가 서서히 균열을 내기 시작한다. 이 책은 기존의 미술 작품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며 자기만의 눈으로 세상을 해석하도록 독자들을 안내한다.


“불평등한 사회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는 작가라도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이 처한 현실에는 둔감하기 짝이 없다”

독일 화가 오토 딕스는 〈대도시〉라는 작품에서 1차대전 이후 독일의 참혹한 풍경과 타락한 사회상을 가감 없이 그려낸다. 전쟁으로 부자들은 더욱 부자가 되지만, 전쟁에 동원된 병사들은 불구가 되고 거리에는 창녀들이 넘쳐난다. 저자는 당시 ‘있는 자’들의 위선과 빈부격차를 폭로하는 이 그림에서도 불편하고 부당한 젠더적 시각이 깔려 있음을 지적한다.

“이 그림은 전체적으로 타락한 여성들의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오른쪽의 붉은 원피스를 입은 여인의 털목도리는 여성 성기를 닮았다. 왜 도덕적 타락의 증거가 여인의 모습으로 드러나야 하는가? 남자들보다 일자리를 얻을 기회도 적고 전쟁으로 보호자도 잃은 여성들이 늙어버린 몸이라도 팔아야 생계를 이을 수 있었던 현실에 대한 연민은 이 그림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_72쪽

그리스신화의 ‘레다와 백조’ 모티프는 수많은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아름다운 레다에게 반한 제우스는 백조로 변신해 그녀에게 접근했고 순식간에 그녀를 덮친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세잔을 비롯해 여러 현대 예술가들이 이 주제로 작품을 창작했다. 18세기 프랑스의 화가 프랑수아 부셰가 그린 〈레다와 백조〉는 굉장히 자극적이다. 벌거벗고 침대에 누운 레다의 성기는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백조는 모가지를 길게 빼고 그녀의 성기를 바라본다.

“이건 사랑이 아니다. 제우스는 유부녀 레다를 강간했다. 모습을 바꿔서 접근했고 원치 않는데 임신을 시켰다. 언제나 그렇듯 제우스는 자기 모습 그대로를 노출하지 않는다. 그는 구름으로, 황금빛 비로, 황소로, 백조로, 독수리로, 수도 없이 변신하면서 맘에 드는 대상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덮친다. (…) 그런데도 대부분의 화가들은 레다가 백조를 품에 안고 절정에 달해 오묘한 표정을 짓는 장면으로 그린다.” _221쪽

이 그림에서 여성은 성적으로 대상화되고, 포르노적으로 코드화된 남성 시각으로 묘사된다. 서양미술사에는 이렇듯 젠더적으로 불공평한 시각이 넘쳐난다. 그러나 이것이 어디 미술사에만 국한된 이야기일까? 아일랜드 시인 W. B. 예이츠도 〈레다와 백조〉라는 동명의 시에서 제우스의 겁탈 장면을 “깃털에 싸인 영광”이라고 표현한다. “그 겁에 질린 힘없는 손가락들이 어찌 깃털에 싸인 영광을 자신의 무너지는 허벅지에서 밀어낼 수 있겠는가?”(223쪽) 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이외수 작가가 SNS를 통해 올려 ‘여성혐오’라는 비판을 받았던 시 〈단풍〉을 언급하며, 뒤틀린 미술의 역사를 곧 우리의 현실과 연결시킨다. 그리하여 이 문제는 미술사의 문제를 넘어 우리의 문제이자 나의 문제가 된다. 이런 점에서 저자의 비판은 매섭고 거침이 없다. “정의롭지 못하고 불평등한 사회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는 작가라도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이 처한 현실에는 둔감하기 짝이 없다.”(72쪽)


기울어진 감각, 빼앗긴 상상력, 강요당한 아름다움…
뒤틀린 미술의 역사를 거침없이 도발하는 페미니스트의 그림 읽기

예술은 현실의 반영이며, 미술의 역사는 남성 중심주의 문화에서 쓰여진 여성의 역사를 반영한다. “여자는 예쁘고 봐야 한다”는 말이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여성은 원래부터 아름다움의 대상이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과거 여성은 추한 존재로 규정되었고 심지어 필요에 따라 ‘악녀’나 ‘마녀’로 규정되기도 했다. 또한 고대 신화에서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폭력이 사랑으로 포장되고 성적 불평등이 당연시되는 사이 여성은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존재로 재현되었다. 이런 역사를 지나 현대의 수많은 여성 미술가들은 여성의 주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사회적 통념과 관습에 저항하는 다양한 작업들을 시도해왔다. 이 책은 신화와 성서, 문학과 역사, 여성학과 미학을 아우르며 탄탄한 인문학적 깊이로 기나긴 시간의 여성사를 한 권의 책으로 갈무리한다.

페미니즘은 개인이 주체로 설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주장이자 실천이다. 저자가 미술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제안하는 ‘나만의 시각으로 다르게 보기’는 그래서 페미니즘과 맞닿아 있다. 저자가 쓰는 미술사는 곧 여성의 역사이기도 하며, 그것은 예술의 영역을 넘어 우리가 사는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고 있다. 캐테 콜비츠의 작품 〈죽은 아이를 안은 여인〉을 보며 세월호로 자식을 잃은 어미를 애도하고, 바버라 크루거의 〈당신의 몸은 전쟁터다〉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증가하는 성폭력의 데이터를 제시한다. 르네 마그리트의 〈강간〉에 이르러서는 온몸에 검은 천을 두른 터키의 여인들과 한국의 탈코르셋 운동을 나란히 이야기한다. 저자의 글쓰기는 에두르지 않고 콕 집어 말해 제대로 주목하게 한다. 어쩌면 한쪽의 입장에서 쓰여진 미술의 역사를 다르게 보기를 시도하는 동안, 독자들은 현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또한 젠더적으로 얼마나 기울어져 있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고 나면 이제껏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