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게임 취급 설명서

저자

최태섭

브랜드

한겨레출판

분야

사회과학 > 사회학 > 사회학 일반

출간일

2021-11-08

ISBN

9791160406757

가격

16,000원


구입처

전자책

도서정보

게임은 질병이다” vs “게임은 문화다

그래서 대체 게임은 뭘까?

 

사회학자 최태섭, “게임에 대해 궁금하지만 게이머들은 답해줄 수 없는 것들”에 답하다 

 

오늘날 게임은 세계적으로 29억 5,900만 명이 즐기고 200조가 넘는 시장규모를 가진, 그야말로 대중적인 매체이자 놀이문화다. 하지만 그 영향력에 비해 게임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이해 수준은 낮고,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도 엇갈린다.

정부는 산업으로서의 게임은 지원하면서도, 동시에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게임을 규제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여왔다. 게이머를 잠재적 강력범죄자나 중독자로 보는 부정적 시각에 맞서 게이머들은 “게임은 문화다!”를 외치지만, 한편에서는 게임업계 내의 ‘페미니즘 사상검증’에 대한 논란이 이어진다. 대체 게임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게임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는 걸까?

이 책은 이처럼 각자의 이해관계와 입장에 따라 엇갈리는, 그래서 혼란스럽기만 한 게임에 대한 담론을 명쾌하게 풀어낸다. 《한국, 남자》로 유명한 사회학자 최태섭은 “모두를 위한 게임 취급 설명서”라는 제목에 걸맞게 게임을 이루는 요소가 무엇이고 게이머는 누구인지, 게임에 대한 사회적 논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등을 대중의 눈높이에서 설명한다.

최태섭

문화평론가이자 사회학 연구자. 대학에서 문화연구를 공부하고 있으며, 문화, 젠더, 계급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연구와 저술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30년이 넘는 게임 경력을 갖고 있으나, 여전히 게임을 잘하지는 못한다. 지은 책으로 《한국, 남자》 《잉여사회》 《억울한 사람들의 나라》 《모서리에서의 사유》와 다수의 공저가 있다.
■ 목차

서문 게임에게 사회를, 사회에게 게임을 소개하기 4

1장 그래서 게임이 뭔데?
게임은 문화다? 12
게임, 상호작용의 매체 19
게임의 요소들 28
게임을 분류하기 43

2장 게이머는 대체 누구인가?
게임을 하는 사람들: 기본 편 84
게임을 하는 사람들: 심화 편 87
게이머들은 무엇을 하는가? 106

3장 바야흐로 게임-산업
게임, 산업이 되다 118
게임시장: 세계 편 120
게임시장: 한국 편 124
게임을 파는 여러 가지 방법 126
갓겜의 역설 149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 154
게임회사는 좋은 일터일까? 156
구로의 등대, 그 후 160
억울하다는 말 대신 게임회사가 해야 할 일 165

4장 게임은 새로운 희생양인가
게이머의 50가지 그림자: 게이머는 위험한 사람들인가? 170
중독으로서의 게임 175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라!” 180
어디까지 내버려 둘 수 있을까?: <킹덤 컴: 딜리버런스>의 경우 183
이름하야 “PC” 191
첫 번째 라운드: ‘팬보이’ VS PC 195
두 번째 라운드: ‘팬보이’ VS 페미니즘 205
게이머게이트와 넥슨 사태 210
여자게이머는 진짜 게이머가 아니다? 222
게이머의 종언? 232

에필로그 세상은 언젠가 게임이 될 것인가? 236

부록 1 게임의 한계: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의 경우 242
부록 2 위선자들: 블리자드의 경우 252
사회학자이자 게이머가 말하는 게임 이야기

최태섭 작가는 《한국, 남자》 《잉여사회》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가장 논쟁적인 문제를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해온 사회학자다. 한때 게임 제작자를 꿈꿨고, 30년 넘게 게임을 즐긴 게이머이기도 한 저자는 이번 책에서 취미인 게임을 전공인 사회학과 문화연구의 틀로 분석했다. “게이머이자 연구자로서 게임을 정당한 방식으로 사회적 논의의 장으로 끌어 오고 싶었다”며 이번 책을 통해 게임이라는 “매체의 위상과 영향력에 걸맞은 더 깊은 이야기들로 나아가는 단초”를 마련하고자 했다.

1장 <그래서 게임이 뭔데?>는 게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적으로 다루기에 앞서 ‘대체 게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게임계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시선에 맞서 “게임은 문화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지만, 문화를 “어떤 국민, 시대, 집단, 또는 인간 전체의 특정한 생활양식”(레이먼드 윌리엄스)으로 해석하면 이 말은 별 의미 없는 말이다. 게임은 물론이고 영화, 소설, 심지어는 흑당밀크티나 범죄까지 세상에 문화가 아닌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게임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문화’ 뒤에 ‘산업’을 추가해야 하며, “무시할 수 없는 ‘산업’으로서의 자신감과, 여전히 박한 ‘문화’적 평가의 간극에서 등장한 그다지 정확하지는 않은 게임계의 대응”이 “게임은 문화다”라는 어색한 슬로건이라고 꼬집는다.
1장은 그 밖에도 게임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 장르・플랫폼・규모・연결 형태・판매 형태 등에 따른 분류 방식 등 게임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2장 <게이머는 대체 누구인가?>는 ‘게임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들은 대체 무엇을 하는지를 분석한다.
저자는 <2019 국민여가활동조사>와 <2020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를 인용해 ‘젊은 남성’으로 상징되는 게이머의 이미지와는 달리 게이머 중에는 여성이나 중장년도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게이머들은 게임 플레이 외에도 커뮤니티에서 게임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게임과 상관없는 취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며, 스스로 기존 게임을 변형한 모드를 만드는 등 다양한 게임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짚는다.

3장 <바야흐로 게임-산업>에서는 산업으로서의 게임과 게임사의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장시간 야근과 불안정한 고용환경 때문에 “구로의 등대” “판교의 오징어배” 같은 별명을 갖고 있던 게임업계의 노동환경이 몇 년 사이에 많이 개선됐지만, 이는 게임업계 노동자・시민사회・노동계 등의 노력 덕분이며 게임업계가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자발적으로 이행한 적은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주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한 근로기준법 개정에 반대하는 등 게임업계가 반사회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했다고 비판한다.

“게임은 문화다”라는 말이 초라한 이유

4장 <게임은 새로운 희생양인가>에서는 앞선 논의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게임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논쟁을 다룬다.
먼저 게이머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선에 대해 다양한 자료와 연구를 통해 반박한다. 이를테면 미국을 중심으로 비디오게임과 폭력성의 관계를 연구한 《모럴컴뱃》에 따르면 총기난사범들은 또래 남자 고등학생들보다 오히려 폭력적 비디오게임을 더 적게 플레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임과 폭력성 사이의 관계에 대한 22개 연구를 분석한 메타연구를 봐도 게임과 폭력성 사이에 관계가 있긴 하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고, 조사 방법이 허술할수록 게임과 폭력성의 관계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가 2019년 게임중독을 정식질병코드에 등재한 것에 대해서도 일부 게임에 중독되기 쉬운 특성이 존재하지만, 의학적 근거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검사와 치료를 도입하는 일이 낙인효과만 강화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부작용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 책은 게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비판하면서도, 게이머들이 만들어가는 게임문화를 옹호하지만은 않는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이른바 PC에 반대하는 게이머들은 PC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자 게임을 망치는 원흉이라 주장하고, 특히 페미니즘에 강력한 반감을 드러낸다. 한국 게임사들은 이런 게이머들에게 동조해 페미니즘에 대한 ‘사상검증’에 나섰다.
“Girls Do not need a prince”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것을 개인 SNS에 올렸다가 넥슨으로부터 계약 해지당한 성우를 비롯해 2020년을 기준으로 5년간 최소 14명의 여성노동자가 ‘사상검증’에 가까운 일로 일자리를 잃거나 계약을 해지당했다. 여성 게이머들은 여성임이 드러나는 순간 “여성을 향한 성적 대상화, 여성혐오적 표현, 성 고정관념을 고착시키는 발언”을 듣게 된다. 저자는 이런 흐름이 게임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게임문화를 더 유독하고 거친 것으로 만들고, 새로운 게이머가 될 가능성이 있는 많은 사람들을 내쫓는 행동”이라고 비판한다.
이런 상황은 사실 게임만의 탓이 아니라 “현실의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현실의 스트레스와 분노가, 현실의 능력주의와 약강강약의 비열함”이 게임에 반영된 모습이다. 하지만 게임계도 이 사태에 책임이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게임은 문화다”라는 슬로건은 초라할 수밖에 없다고 이 책은 꼬집는다.

게임이 ‘놀이’로 남으려면

그래서 대체 게임은 무엇인가?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오면 게임은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다양한 속성을 띠고 있다. 게임은 문화이자 산업이고, 예술이자 매체다. 무엇보다도 게임은 현실에서 누리기 어려운 재미를 안겨주는 ‘놀이’다. “게임은 우리에게 현실을 버텨낼 수 있는 즐거움과, 현실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상상력을 준다. 예기치 못한 인연과, 작은 승리들의 기쁨도 준다.”
하지만 게임이 ‘놀이’로 남아 있으려면 재미를 내세워, 혹은 유저 핑계를 대면서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착취해서는 안 된다. 게임이 페미니즘 교육용 소프트웨어일 필요는 없지만 현실의 여성혐오를 게으르게 재현해서는 안 되고, 게임사가 한국 사회의 열악한 노동현실을 고발할 의무는 없지만 게임 제작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그들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렇게 게임이 게임으로 남아 있을 때만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평등하게 재미를 누릴 수 있는 ‘놀이’로서 우리에게 ‘부질없는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이 책은 역설한다.

“나는 게임이 세이브와 로드와 컨티뉴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세계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 부질없이 즐기고, 부질없이 웃고, 부질없이 몰두하고, 부질없이 감동받으면서 게임을 하고 싶다. 그러니 부디 그 부질없음을 소중히 여기면서 너무 진지해지지도, 사악해지지도 말자. 게임은 게임이다. 그것을 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