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로 산다는 것

저자

박노자

브랜드

한겨레출판

분야

사회과학>사회비평

출간일

2020-11-27

ISBN

9791160404456

가격

15,000원


구입처

전자책

도서정보

《당신들의 대한민국》 이후 20년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을까?

박노자, 당신과 나, 우리의 오늘에 대해 질문하다

 

우리가 돌아갈 집은 어디일까?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을까? 가난과 고독이 일상의 풍경이 된 오늘날의 세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액체 같은 사회를 뿌리 없이 허우적댄다. 《당신들의 대한민국》 이후 20년, “미아”로 살아가는 사람이 된 박노자(朴露子)는 지금 자신의 자리를 되돌아본다. 소련에서 태어나고, 러시아에서 자라, 한국에서 공부하고, 노르웨이에서 가르치는 그는 어떻게 해서 “탈남(脫南)”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한국인 박노자는 스스로 집을 떠난 사람이 되어 2020년의 한국을 다시 사유한다. 저자에게 한국은 대다수 구성원이 ‘집’ 없이 미아로 살아가는 사회이다. 사회 구성원의 47퍼센트가 자기만의 집 없이 떠돌아야 하고, 대다수 청년이 자기만의 자리를 찾을 여유 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의 미아가 된 구성원들이 연대가 아닌 혐오로 고립을 벗어나려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그는 우리에게 인간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안전한 ‘집’을 짓자고 제안한다.

박노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태생으로, 본명은 ‘블라디미르 티호노프’다. 2001년 귀화하여 ‘박노자’라는 이름의 한국인이 되었다. 스승 미하일 박 교수의 성을 따르고, 러시아의 아들이라는 뜻의 ‘노자露子’를 이름으로 삼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 극동사학과에서 조선사를 전공하고 모스크바 대학교에서 고대 가야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서 한국학과 동아시아학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전근대성에 대한 근본 성찰을 가능케 하는 날카로운 칼럼들을 써왔으며, 역사학자로서 탈민족주의적 시각으로 한반도의 역사를 새롭게 보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서문 | 미아의 단상

1장 편안함의 대가
최악의 독약, 권력 | 떠나온 나라들이 남긴 환상통 | 나의 집은 어디인가 | 중독론 | 덕후라는 운명 | 도대체 술을 왜 마시는가 | 탈남脫南이라는 선택

2장 남아 있는 상처
내면의 풍경 | 공부의 의미 | 출산율 제로 사회 | 한국인 되기 | 가족의 종말 | 섹스의 실종 | 그들은 바보인가 | 추태의 수출

3장 한국, 급級의 사회
급級의 사회 | 죽음의 등급 | 굿바이, 서울공화국 | 70퍼센트짜리 국민 | 내가 낙관하는 이유 | 영어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 자기계발서 전성시대 | 전향의 나라 | 공적인 것을 지키지 못할 때 | 어느 20대가 꿈꾸는 세상 | 괴물을 낳는 피라미드 | 존엄할 권리 | 탈脫학벌, 완전하고도 철저한 파괴

4장 과거의 유령들
트라우마 해결의 전제조건 | 일본에 대한 기억의 지형 | 우리의 거울 | 과거가 돌아온다 | 세계사적 맥락에서 역사 보기 | 혁명의 조건 | 그래도 한국은 | 어떤 통일인가 | 폭력, 이 세계의 공통분모 | 상류층의 암호

5장 전쟁이자 어머니인 세계
질투의 힘 | 영구적인 전쟁 | 진실의 순간 | 개인의 범위 | 두려움의 내면 | 국가, 사람을 죽인다 | 악몽에서 깨어나려면 | 누구에게는 전쟁이지만 누구에게는 어머니다 | 아주 커다란 퇴보 | 강도들의 세계
“저는 가끔 제 삶을 돌이켜볼 때면 이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유일한 단어는 ‘미아’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인간이 군중 동물인 만큼 그가 속해온 군중의 ‘문화’ 역시 인간에게 집이 됩니다. 저는, 제가 한때 태생적으로 흡수한 문화를 저의 물리적인 자녀에게도, 저의 제도적 자녀, 즉 학생들에게도 전해줄 수 없습니다. … 그런데 생각해보면 ‘미아’로 산다는 게 저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많은 20대 한국인들이 언제 그만두게 될지 모를 중소기업에 다니고, 고시원, 원룸, 작은 아파트에 살면서, 장시간 노동으로 ‘연애’ 같은 장기적 관계를 유지할 에너지마저 갖지 못합니다. 그들은 뿌리 뽑힌 채 그 어떤 보장도 없이 ‘액체 근대’의 노도를 혼자 몸으로 헤엄쳐 보이지 않는 육지를 찾아야 합니다.”_7~9쪽

한국, 서열과 급의 사회

저자는 한국을 “급(級)의 사회”로 규정한다. 어느 사회든 서열이 있지만, “대한민국의 서열은 그냥 수직적인 직선”이고 “노르웨이에 서열이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서열밖에 없”다.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은 상대가 사는 거주지의 크기, 학벌, 직업을 기준으로 관계의 친소(親疏)와 존대의 정도를 결정한다. 우리 사회의 급은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죽음에도 등급이 있다. 가난한 노인, 외국인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은 이름 없는 단신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다. 2007년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 보호소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사무소 직원들은 외국인 노동자가 도주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잠긴 문을 열지 않았다. 그 결과 외국인 노동자 열 명이 화재로 사망했고, 한국 정부는 어떤 사과나 약속도 없이 1인당 1억 원을 유가족에게 보상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2018년 한국 노동연구원이 20~50대 직장인 2,500명을 조사한 결과 66.5퍼센트가 지난 5년 동안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대답했다. 직장 생활 중에 폭언을 한두 번 이상 들은 사람은 열 명 중 아홉 명이고, 폭력을 경험한 사람도 12~17퍼센트에 달했다.

새로운 가난, 관계 맺기 불능, 사색의 증발, 타자 혐오…
불안과 가난, 고독의 무게를 감당하며
미아 아닌 미아로 떠도는 시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1장에서 저자는 자신의 자리를 되돌아본다. 그는 러시아에서 태어났고, 한국에 귀화해 한국인이 되었지만, 노르웨이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저자는 자신이 왜 탈로(脫露, 탈러시아)와 탈남(脫南)을 선택했는지 돌아보며, 자신이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담담히 서술한다. 더 이상 “갑질이 일상화된 한국 대학의 세계”를 경험하지 않아도 되고, “교수님들이 벌이는 추태들”과 “조교들이 그들의 커피 심부름을 하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데 해방감을 느끼지만, 모어로 말하고 쓰지 못하는 삶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2장에서는 우리 사회의 가장 내밀한 곳, 즉 가족 질서의 실상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보기에 한국은 “산업화된 국가 가운데 가장 반여성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나라, 여성의 평균 임금이 남성의 63퍼센트에 불과하고 여성에게는 그야말로 지옥이 되어버린” 사회이다. 저자는 한국의 “성난 남성들”에게 왜 “강자에게 얻어맞고 약자를 때리는지” 묻는다.
3장에서 저자는 우리 사회를 “급의 사회”로 규정하며 모든 사회 구성원의 존엄할 권리를 절실하게 요구한다. 우리 사회에서 소득 상위 1퍼센트는 가구당 평균 6.5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상위 10퍼센트는 전체 부동산의 절반을 소유하지만, 47퍼센트는 집 없이 월세와 전세를 전전한다. 한 사람이 국내총생산 19퍼센트를 차지하는 대형 기업을 세습하고, 교회의 담임목사 자리를 세습하고, 부동산을 세습한다.
4장에서는 역사적인 차원에서 한국 사회가 겪은 상처를 톺아본다. 저자는 “과거 청산은 예방 접종”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과거 청산을 요구해야 하는 이유는 개인이나 집단의 복수심 때문이 아니라, 청산되지 않은 과거가 현재로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원이 점점 커지듯이 ‘나’의 자리에서 시작된 사유가 5장에서 지구적 차원에 이른다. 인간 본성에 내재된 질투의 감정을 신자유주의와 연결하고, 전쟁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휘발유와 자동차에 비유한다. 저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를 겪는 모든 사회가 ‘진실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그가 주목하는 것은 불평등과 격차이다. 모든 나라에서 공공 부문 종사자, 대기업 직접 피고용자들은 코로나19로 큰 불이익을 보지 않은 반면, 서비스 부문과 유통 부문의 영세 기업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러시아 속담에 “Кому война, кому мать родна”라는 것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는 전쟁이지만 또 누구에게는 어머니 같다는 말입니다. 즉 전쟁은 누구에게는 그야말로 참사일 뿐이지만, 누구에게는 자비로운 어머니처럼 필요하고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이야기죠. 자본주의적 성장은 늘 전장에서의 살상을 포함한 각종 참극을 기반으로 합니다.”_239쪽

변화는 안으로부터 온다. 저자는 이 디스토피아 같은 세계에서 혁명은 결국 나와 우리를 회복하는 데서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다. 스스로에게 ‘나의 생각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 타인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우리가 함께’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혁명적인 발상이다. 우리는 우리 모두가 돌아갈 수 있는 집을 “공감과 연대, 협력”을 통해서 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