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저자

심윤경

브랜드

분야

한국소설/장편소설

출간일

2019-01-24

ISBN

9791160402247 03810

가격

13,000원


구입처

전자책

도서정보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대한민국 부모들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는, 소설판 SKY 캐슬

 

14만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심윤경 작가가 일곱 번째 장편소설이자 17년 만에 펴내는 두 번째 성장소설 《설이》로 돌아왔다.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 ‘성장소설 이상의 성장소설’로 불렸다면, 《설이》는 ‘완전히 새로운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설이’의 혹독한 성장담은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강하고 세차며 맹렬하면서도 따뜻하게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설이》는 난마처럼 뒤얽힌 교육 문제에 갇혀 갈 길을 잃어버린 이 시대 부모와 아이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화제가 된 드라마 〈SKY 캐슬〉과 닮아 있다. 그러나 〈SKY 캐슬〉이 입시를 둘러싼 부조리에 집중되어 있다면, 《설이》는 본질적으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좋은 교육 환경 아래서 성취와 성공을 위해 행해지는 부모 코칭이 과연 진정한 사랑인지를 묻는다.

《설이》는 얼마나 아이를 키우기 힘든지에 관한 어른들의 이야기뿐인 현실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자라기 힘든지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의 시선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설이》를 읽는 독자들은 ‘아이를 위해서’라는 말 뒤에 숨은 이기적인 사랑이 아닌, 대가를 바라지 않는 무조건적인 사랑이 무엇인지, 그리고 진짜 사랑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이란 내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세상이다

열세 살 설이가 견뎌낸 성장의 시간, 세상을 향한 집요한 물음

 

12년 전 함박눈이 쏟아지는 새해 첫날 새벽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진 갓난아기로 발견된 소녀 설이. 가족을 찾기 위한 여정에서 세 번의 입양과 파양을 겪으며 상처받고 영악해진 설이는 영원한 의문을 가슴에 안고 세상의 가족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날카롭게 관찰한다. 부모와 자식의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 지친 얼굴로 시선을 TV에 걸쳐둔 저 젊은 여자의 가슴속에는 지금 엄마의 사랑이란 것이 끓어오르고 있는 것일까?

설이를 구조한 풀잎보육원 원장은 설이가 잘 살아갈 수 있는 길은 훌륭한 교육뿐이라 믿고 설이를 우리나라 최고 부유층의 사립초등학교인 우상초등학교로 전학시킨다. 약자를 향한 교묘한 학대와 차별에 익숙한 부유층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설이는 위탁모 ‘이모’의 늙고 초라한 사랑과 대한민국 최상류층 학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 사이의 선명한 대비를 경험한다.

부모의 사랑이란 무엇인가? 아이가 잘 자라기 위해 필요한 좋은 환경이란 어떤 것인가?

사랑의 진정한 의미와 속성을 찾고자 하는 설이의 탐구는 집요하고, 성공을 담보로 한 사랑의 천박한 이중성과 이기주의는 설이의 가차 없는 추궁 앞에 가면을 벗는다. 코칭이라는 이름의 조건적 사랑이 추하고 유해한 민낯을 드러낼수록 사랑과 가족의 의미에 대한 환상은 깨져가고 설이는 상처를 받지만, 겸손하고 소박한 이모의 사랑, 아무 바라는 것 없이 한결같이 베풀어진 이모의 따뜻한 사랑을 깨닫는 순간 설이는 자부심으로 이 땅에 당당한 두 발을 내디딜 용기를 얻는다.

 

설이가 묻는다.

당신의 아이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물론 우리 아이들을 사랑한다.

설이가 다시 묻는다.

그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가?

우리는 모두 설이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어른이 된 아이들과,

어른이 될 아이들에게

 

“나는 사나운 아이다. 하고 싶은 소리를 모두 퍼붓고 그걸로도 부족하면 팔뚝에 이빨을 박아버린다.” _본문 중에서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주인공 ‘동구’가 결국 인왕산 집과 동경하던 아름다운 정원을 떠나야 했다면, 《설이》의 주인공 ‘설이’는 우상초등학교를 떠나지 않는다. 사납게 버티어 서서 이모의 곁에 머물고야 만다. ‘동구’와 ‘설이’ 사이에는 17년의 시간차가 존재한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읽고 자라 어른이 된 아이들은 《설이》를 읽으며 어떤 생각을 할까? 아니, ‘동구’는 ‘설이’를 보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작가는 말한다.

 

나는 동구의 희생과 사랑을 칭송했지만 그 아이가 행복한지 아닌지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읽은 나의 독자들에게 특히 어린 독자들에게 나는 무슨 말을 했던 것일까.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 아이들은 묵묵히 자기 인생조차 내걸어야 한다고 동구처럼 그래야 마땅하다고 말해버린 것 아닌가. _‘작가의 말’ 중에서

 

그사이에 변한 건 무엇일까? 어른들은 그대로인데 아이들만 변한 걸까. 아니면, 어른들이 그대로이기에 아이들이 변해야만 했던 걸까. 아이들이 침묵하는 세상은 옳지 않다고. 아이들의 되바라진 자기주장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는 어른이 많아질 때 세상은 지금보다 좀 더 나은 곳이 될 거라고. 설이는 말한다.

《설이》를 읽는 내내 독자들은 분명 ‘어른’이 된 아이들과, ‘어른’이 될 아이들을 향한 작가의 귀한 바람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성장을 기억하고, 아픔을 연대하려는 작가의 굳은 의지, 작가의 이런 마음 씀이 ‘우리’를 조금 더 행복하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

심윤경
2002년 자전적 성장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제7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달의 제단》으로 제6회 무영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소설 《이현의 연애》 《서라벌 사람들》 《사랑이 달리다》 《사랑이 채우다》, 동화 《화해하기 보고서》 등을 펴냈다. 《설이》는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주인공 동구와 세상 아이들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고자 쓴 작가의 두 번째 성장소설이다.
설이
작가의 말
예쁜 옷을 입은 아기가 음식물 쓰레기통 속에서 얼어 죽은 채 발견되었다면 이 세상은 지금보다 좀 더 부끄러운 곳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예쁘고 아무 생각 없는 별이 되는 대신 피곤하고 부끄러운 유기아동이 되어서 세상의 몫이 되어야 마땅할 창피함을 대신 짊어졌다. 과연 이 바보 같은 세상은 그런 생각을 해보기나 했을까? 자기들이 나에게 얼마나 큰 빚을 지고 있는지 알기나 하려는지. _26~27쪽

반석 같은 아빠의 어깨 위에서 자란 시현이 그토록 휘청거리는 것을 생각하면, 내가 이모의 품속에서도 쉽게 흐느낌을 멈추지 못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_89쪽

그들이 내 부모인 것을 생각하면 나는 이 세상에 둘도 없이 멍청하고 인간성은 거지 같은 쓰레기여야 옳았다. 내가 확실한 쓰레기로 살지 않으면 그들이 조금이라도 괜찮은 인간이 될까 봐 걱정이었다. _109쪽

시현 엄마는 그날그날 달랐다. 어떤 날은 와이파이가 켜지고 어떤 날은 꺼지고, 어떤 날은 스마트패드를 허락하고 어떤 날은 금지했다. 어떤 날은 웃으며 달래고, 어떤 날은 야단치며 빼앗았다. _166쪽

지금 누군가가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면 고맙겠다. 그들이 화를 내는 진짜 이유까지 알게 된다면 상처는 나을 것이다. _172쪽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화를 내지만 그 진짜 이유는 얼토당토않은 곳에 따로 있다. 이모가 나에게 가르쳐준 그 놀라운 비밀은, 지금 내가 이 고통스러운 죄책감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힘이 되어주었다. _172쪽

그들은 각각 최고의 것을 눈앞에 놓고도 그건 하나도 좋은 게 아니라고 손발을 내저었다. 가족이란 내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세상이다. _177쪽

나는 이 달콤한 무심함을 시현에게 한 숟갈만 떠먹여주고 싶었다. 내가 가진 가장 좋은 것, 최고의 가정에서 자란 시현이 단 하나 가지지 못한 바로 그것, 허술하고 허점투성이인 부모 밑에서 누리는 내 마음대로의 씩씩한 삶 말이다. _244쪽

사람에게도 자식을 키우는 건 몹시 힘든 일이라서 곽은태 선생님처럼 훌륭한 사람조차 완전히 길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가 그분들께 나를 맡긴 건, 비록 스스로 키우지 못했지만, 좋은 결정이었다. _268쪽

부모의 어깨 위도 알고 보니 멀미나게 흔들리는 곳이었다. 이 세상에 흔들리지 않는 어깨는 없다. _270쪽

복잡한 조건법 시제 따윈 없이 나는 그렇게 사랑받았다. 별다른 감사조차 없이 당연하게 받아먹었던 그 소박하고 따스한 사랑이 기적인 걸 이제 알았다. _27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