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

저자

조수경

브랜드

한겨레출판

분야

소설

출간일

2019-2-26

ISBN

9791160402285 03810

가격

13,800원


구입처

전자책

도서정보

“죽음을 생각하는 건 언제나 삶을 생각하는 일이다”
고장 난 것은 고장 난 채로. 부서진 것은 부서진 채로
서우가 모든 것을 끝낼 방법은 오직 하나, 죽음뿐이었다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조수경 소설가의 첫 장편소설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가 출간됐다. 첫 소설집 《모두가 부서진》이 각자의 지옥을 견뎌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면, 이번 장편소설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는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긴 시간 논란 속에 있었던 존엄사법이 국내에서 시행된 지 1년이 넘었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죽음을 결정하는 권리에 대한 논의는 뜨거운 감자다. 죽음까지 선택할 수 있는 삶은 한 개인의 생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는 안락사가 합법화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서우는 오랫동안 방에 틀어박혀 우울을 견디며 살아왔다. 마음의 병으로 말까지 잃은 서우는 결국 안락사를 진행시켜주는 센터에 입소하고자 하는데…. 소설은 안락사라는 소재를 통해 ‘진정 안락한 삶’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마음의 병으로 삶이 회복 불가능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고통스러운 삶을 끝내는 죽음이 아닌, 보다 나은 삶으로 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본다.

“얼마나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거잖아. 사는 게 죽는 것만 못한 사람들도 있다고.” _본문 중에서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는 삶과 고통, 그리고 죽음을 둘러싼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사람들은 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일까? 전 세계에서 자살로 목숨을 끊는 사람의 수가 한 해 81만 명을 넘어섰다. 영국의학저널(BMJ)이 공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률은 1990년 이후 크게 감소했지만 여전히 자살은 전체 사망 원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죽음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는 삶의 고통은 어떤 것일까? 안락사가 가능하다면,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의 삶은 조금 나아질 수 있을까? 안락사를 위해 센터에 들어가려는 서우와 이를 말리는 엄마의 대화는 죽음보다 더한 삶의 고통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 살아야지, 그 말이 얼마나 무책임한 줄 알아?
“그래도 살아야지!”
-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말, 괜찮다는 말, 괜찮아질 거라는 말. 나는 안 해봤을 것 같아? 그런 생각이라면 나 같은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해봤을 거야. 그런데, 살아야지 살아야지 해도 도무지 안 살아지면, 안 되겠으면, 그럼 그땐 어떻게 해야 해.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과연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일까? 소설은 주인공 서우를 중심으로 센터 사람들의 상처와 고통을 살뜰한 마음으로 그려내며, 우리 옆에 누군가가 겪고 있을지도 모르는 아픔에 대해 공감하고 생각하게 한다. 누군가는 그들의 고통이 감기와 같은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설은 고통의 정도에는 표준이 없음을 강조한다. 별것 아닌 것 같았던 아픔이 누군가의 우주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고 말이다.

삶, 상처, 아픔, 고통, 우울…
그리고 그 사이를 밝히는 다정한 빛

“누군가는 죽음을 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삶과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였다.” _본문 중에서

아직 한국에서는 죽음에 대한 국가적·사회적 차원의 논의가 부족한 편이지만, 죽음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삶의 일부로 수용하려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죽음은 현 존재의 가장 고유한 가능성”이라고 했다. 서우가 끝내 엄마를 설득해 안락사 센터에 입소하게 된 것은 죽음을 존재의 끝이 아닌 존재의 방식으로 보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센터에서 내린 처방은 한 달. 그 기간 동안 죽음에 대한 생각이 변하지 않는다면 서우는 언제든지 약을 받아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서우는 죽기 위해 들어간 센터에서 태한을 비롯한 친구들을 만나고,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나눠 먹고, 각자의 아픈 상처를 나누면서 이해와 관심 그리고 사랑이 삶에서 얼마나 큰 영역을 차지하는지 깨닫는다.
삶이란 거창한 단어를 이루는 것들은 소소하고 작은 생활에서 비롯된다. 좋아하는 밀크티를 마시며 산책하는 기쁨,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의 유쾌함, 서로를 안아주는 품의 따뜻함, 누군가와 맞잡은 손의 떨림까지. 모두 서우가 죽음 앞에서야 마주한 가장 깊고 진한 생의 모습들이다. 결국 작가는 좋은 죽음에 대한 고민은 좋은 삶을 생각하게 하며, 미련하리만큼 삶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끊임없이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의 아픔
누구가의 삶에 대해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죽음은 꽤 소중하지. 필요한 거고.
그렇다고 해서 삶이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잖아.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말로 삶이 더 간절한지도 모르지.
어쩌면, 그래서 더 아픈 건지도 몰라. 삶이, 진짜 살아 있는 삶이 너무나 간절해서.
_본문 중에서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는 아픔이 곪은 채 지난한 시간을 견뎌온 어떤 마음에 대한 소설이다. 삶이 한 개인의 무수한 선택으로 점철돼 있다면, 여기 그 선택지에 죽음만 남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소설은 서로 다른 세대와 성별의 인물들을 통해 삶의 서로 다른 모습과 그 속에 숨겨진 아픔에 대해 이야기한다.
밝게만 보이는 ‘양지’는 숨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반려견 또또의 모습을 목격하며 죽음 그 자체에 대한 공포를 경험한다. 죽음이 무서워 더 이상 사람의 눈을 바라볼 수도, 살아갈 수도 없게 되었다. ‘한 여사’는 늙어가는 자신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더 이상 어떤 향수로도 가릴 수 없는 늙음의 체취를 마주하자, 그녀는 삶의 의욕을 잃게 된다. ‘손 형’은 가족과 떨어져 사는 기러기 아빠다. 결국 그의 가족은 깨졌고 그렇게 그는 남은 것 하나 없는 자신의 삶을 마감하고자 한다. 그 외에도 평생 외톨이였던 ‘민아’와 사랑하는 이의 배신으로 꿈마저 잃어버린 ‘연우’까지. 삶은 때때로 죽음보다 더한 아픔을 준다. 그 아픔은 삶의 작은 균열에서부터 서서히 다가올 수도 있고, 어느 날 갑자기 큰 사건처럼 내 앞에 놓이기도 한다.
이는 전작 《모두가 부서진》의 지독한 현실을 깨우는 서늘한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이번 소설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의 온도는 보다 따뜻하다. “그래, 사느라 정말 고생 많았다. 애썼어” 하면서 삶의 고통에 밀려 죽음에 바투 선 사람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선택이 삶으로 향하길 바라는 바람을 담아.

서우의 아침에는 삶과 죽음,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조수경
글. 그림. 여행.
세상 구경 실컷 하고, 아이들과 동물들을 사랑하면서 살다 가고 싶은 소설가.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젤리피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모두가 부서진》이 있다.
1부
2부
3부
4부
작가의 말
센터에서 평온한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은, 그러니까 정말 죽음 외에는 답이 없는, 죽음이 필요한, 죽음이 최선인 그런 경우였다. _29쪽

“우울증은 죄가 아냐. 아무 잘못 없어. 우리가 뭐, 사람을 죽였어? 아님, 사기를 쳤어? 아니잖아. 그냥 우린 마음이 아픈 것뿐이야. 마음 아픈 것도 몸 아픈 거랑 똑같아.” _103쪽


영영 빛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희미하게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어. 영영 암흑일 줄 알았는데, 개기일식 같은 거였어. 숨이 붙어 있으면, 숨만 붙어 있으면 빛이 완전히 꺼지지는 않더라. _199쪽

드러내기 초라해 남들에게 쉽게 말할 수 없는 삶이라 해도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슬픈 기분이었어. 누군가는 기억해주길 바랐어. 누군가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혼자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_215쪽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두려움도, 외로움도, 고통도, 모두 비밀이 될 수 있다는 거였다. _245쪽

거짓말에 대한 분노. 위선에 대한 분노. 함부로 떠드는 사람들, 쉽게 말을 전하는 사람들, 일상의 악마들에 대한 분노. 그들에겐 그저 순간의 재미에 불과하겠지만, 누군가에겐 생 전체가 흔들리고 무너지는 일이야. _278쪽

“정말 이상해. 왜 나쁜 사람들이 더 잘 사는 걸까?” _279쪽

생도, 기대도, 희망도, 행복도, 모두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 것.
나의 것이 아닌 것. 감히 내가 꿈꿔서는 안 되는 것.
그래, 이제 그만두자.
다 끝내자. _329쪽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 그건 희망 같은 게 아니었다. 그건, 정체를 알 수 없는 끈 같은 거였다. 자궁 안에서 모체와 태아가 탯줄로 연결된 것처럼, 날 때부터 생과 우리 사이에 연결된 그 무엇. 배신당하고 또 배신당해도 쉽게 놓을 수 없는 어떤 것. 놓지 못하게 만드는 어떤 것. _3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