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을 까는 여자들

저자

신민주, 노서영, 로라

브랜드

한겨레출판

분야

사회과학 > 여성문제

출간일

2022-02-25

ISBN

9791160407723

가격

15,000원


구입처

전자책

도서정보

우리는 외면받을 때조차 나아간다
세상이 부여한 이름 따위 거부하는 젊은 여자들의 정치적 말하기

 

정치의 영역에서 이름만 남아버린 ‘이대녀(20대 여자)’는 정치를, 사회를, 그리고 스스로를 어떻게 이해할까? 그동안 이대녀는 중년 남성 중심의 정치판에서도, 청년 담론에서도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여성의 문제를 축소하고 파편화하는 페미니즘 백래시는 이대녀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주변부로 밀어냈다. 그러나 젊은 여성은 정말 정치에 무감하고 무능한가?

《판을 까는 여자들》은 90년대생 이대녀인 신민주, 노서영, 로라가 껍데기만 남아버린 이대녀에게 스스로 ‘이름 너머의 입체성’을 불어넣는 책이다. 급증하는 20대 여성의 우울·자살, 20대 여성이 가장 안전하게 느끼는 정치적 공론장으로서의 트위터, 탈코르셋과 같은 생활 밀착형 정치부터 알페스 금지법, 군대 내 폭력, N번방 사건 등의 사회 이슈 그리고 제20대 대선까지. 세 명의 이대녀들은 다양한 사회 현안을 비판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대녀가 차별과 혐오에 맞서 많은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낸 정치적 주체임을 선언한다. 이 책은 지금까지 소외됐던 젊은 여성들의 정치적 요구와 목소리를 한데 모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청년 여성이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되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신민주
‘삼대녀’를 코앞에 둔 이대녀이자 정치 덕후 트위터리안. 정당에서 활동하고 의원실 보좌직원으로 일하다 우울증으로 퇴사했다. 정치의 영역에서 소리 소문 없이 젊은 여자들이 사라지는 걸 보며 ‘그 많던 여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의문을 품게 됐다. 언젠가 모든 여자들이 스스로 판을 깔 수 있는 사회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 《집이 아니라 방에 삽니다》, 《당 만드는 여자들》을 썼다.

노서영
신생정당인 기본소득당에서 피디로, 여성주의 의제기구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이대녀. 이전에는 대학 페미니스트 단체에서 상근했다. 다니던 대학에서 총여학생회 재건 활동을 하면서 페미니즘 정치와 좋은 정치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뭐든 만드는 걸 좋아하다 보니 책까지 쓰게 된 것 같다. 더 많은 페미니스트 동료들을 만나고 싶다.

로라
취준생 신세의 이대녀. 대학 다닐 때 페미니즘 활동을 하다가 졸업하고는 직장인 대열에 합류했지만, 그만두고 지금은 다른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1년 365일 온갖 분야의 ‘덕질’을 수행하고 있는 자타공인의 ‘오타구’다. 이대녀, 페미니스트, 오타쿠로서 감히 정치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프롤로그: 구절판을 걷어찰 때 이야기는 시작된다

[1부 – 이대녀로 산다는 것]
국회 보좌관은 왜 다 중년 남성일까
이대녀는 정말 정치에 관심 없을까
이대녀가 트위터로 향한 이유
내 이름은 민지가 아닌데
남초 사이트에서 ‘공정한 여론’ 찾기
여성혐오로 빚은 ‘신남성’들의 정치
코로나 시대의 자발적 실업자

[2부 – 백래시에 맞서다]
유세차를 탈 수 없다면 트럭을!
N번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누구를 위한 알페스 처벌법인가
총여학생회를 폐지시킨 권력
국가가 차별을 차별이라 말할 때
이대녀를 위한 언론은 없다
‘감히 여자가’ 군대에 대해 말한다면
에미야, 국이 짜다


[3부 – 우리가 가진 이름으로]
가족 바깥에 가족을 짓자
원피스와 탈코르셋
가난한 사람들의 밸런스 게임
우리 자연사하자
가해자의 죽음을 추모한 사람들
정치판에도 송은이가 필요하다

에필로그 인터뷰: 또 악플이 달리겠지만
■ 추천사
나는 언제나 이런 글을 기다려왔다. 이대녀에 대한 글이 아니라 이대녀에 의한 글. 여자들에 대한 글이 아니라 여자들에 의한 글. 누군가 알아주고 기록해주기를 기다리는 글이 아니라 스스로 알아주고 기록하기 시작한 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묻는 대신 스스로 그 일이 되어버린 이들의 글.
《판을 까는 여자들》은 페미니즘 대중화 시대에 각자가 통과해온 역사가 달라 서로를 이해하기 힘든 페미니스트에게도, ‘이대녀’ 혹은 ‘페미니스트’라는 이름 아래 묶이는 게 당최 불편한 여자들에게도, 알 수 없는 표심을 가진 그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성별 및 세대 불문의 이들에게도 좋은 지침이 될 책이다.
이 책의 저자들처럼, 세상이 부여한 이름이 아니라 스스로 정한 이름으로 사는 여자를 어떻게 규정하고 막을 수 있을까. 자신을 대변할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녀들을 만나 열렬히 싸우며 함께 자라고 싶다._하미나,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저자

■ 본문 중에서

“우리는 전체 이대녀를 분석하고 도식화하여 하나의 집단으로 뭉뚱그리기보다 다양한 이대녀들이 스스로 나서서 말할 수 있는 정치적 토양을 요구하는 일을 해보기로 했다. 이대녀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치인의 탄생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것보다 우리 스스로 자신을 대변하기 위해 판을 까는 것이 더 쉬웠기 때문이다.”_8~9쪽

정치는 젊은 여성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젊은 여성들의 능력을 탓하기 바빴다. 구색 맞추기로 딱 한 명, 아주 소수의 여성이 정치에 진입하는 것을 허가하고 그들이 여성혐오와 외롭게 싸우는 동안에는 방관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이 마침내 나가떨어졌을 때 “거봐, 여자들은 멘탈이 약해서 안된다니까”라는 말을 뒤에서 했다. 나는 정치하는 이대녀가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 (…) 언제까지 자원과 동료 없는 판에 이대녀를 밀어 넣고 그들을 탓하고만 있을 것인가._24쪽

정치권이 번역하고자 하는 ‘남초’의 합의란 ‘평등은 불공정하다’는 믿음,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믿음, 그리고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노력은 ‘역차별’이라는 믿음에 크게 기대고 있다. 이 믿음들 속에서,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들은 체계적으로 무시당하고 배제당한다. (…) 남초의 지향을 수식하는 ‘공정, 합리성, 경제적 이득 논리, 실용주의’ 등의 말들은 결국 차별과 혐오의 논리에 맞닿아 있다._57~58쪽

선거에서 차악을 선택하긴 쉽지만, 최선을 택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나는 그 2600명이 용기 내어 자신들의 최선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안다. ‘버려질 표’라는 말을 듣고도 그들은 선거에서 자신의 미래를 선택했다. 무척이나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정치는 나에게 등을 돌렸지만, 은평에 사는 한 줌의 페미니스트들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 이름을 가진 여자들과 세상에 없는 선거를 했다. 정치가 등을 돌릴 때 우리는 서로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갔다. 정치는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_92~93쪽

“그러나 죽음의 목격자들은 디지털 성폭력(그리고 성폭력)에 대한 다양한 언어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됐던 말들이 터져 나오며 더 많은 것들을 지적한다.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 사건 시위에서 나왔던 “나는 운 좋게 살아남았다”라는 말은, 2018년 혜화역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에서 “단 한 명의 여성도 잃을 수 없다”라는 말로 변모했다. 그리고 2019년과 2020년 N번방 사건을 경유하며 “그 방에 입장한 너흰 모두 살인자다”라는 말로 변화했다. 이 말들이 겨냥하는 뜻은 모두 동일하지만 우리는 ‘살아남았다’는 구호에서 ‘아무도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_101쪽

국회에서 허용하지 않는 것이 바지인가 원피스인가는 다르지만 분명 그 두 시대는 같은 맥락을 공유한다. 여성 의원은 한 사람의 정치인이기 전에 한 사람의 여성으로 먼저 간주된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겪는 일들은 이 세상에서 수많은 여성이 겪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_173쪽

‘그런 게 아닌 정치’, 가혹한 선택을 필요로 하는 정치는 그들의 정치다. 예전에 선배가 나에게 “정치는 그런 게 아니야”라고 말했을 때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그런 게 아닌 정치’에 나의 자리는 없다는 것을. (…) 물론 이대녀들의 정치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최소한 그런 것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는 것 같다. 우리는 변덕스럽거나, 이해할 수 없거나, 궁금하지도 않거나, 중요하지도 않은 의제들에 휩쓸려가는 중요하지 않은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우리의 정치를 하고 있었다._200~201쪽

이런 이야기를 하면 50대 정치인들은 혀를 찰 것이다. 현실을 모르고 이상주의에 물들어 있다고 얘기할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그들이 살아낸 현실에서 그런 믿음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도 나의 현실이 있다. 그리고 나의 현실에서 성평등은 이상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과 가장 가까운 정치다._201~2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