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저자

표정훈

브랜드

한겨레출판

분야

인문 > 교양에세이 / 예술 > 미술

출간일

2019-04-28

ISBN

9791160402490

가격

15,800원


구입처

전자책

도서정보

“그림 속 저 책은 무슨 책일까?”

 

에드워드 호퍼, 르네 마그리트, 벨라스케스,

고흐 작품을 비롯해 국내외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의

새롭고 흥미로운 작품에서 38권의 책을 발견하다

 

“책이 묘사된 그림이 적지 않다.

그러니 한 번쯤 이런 궁금증을 품어봄 직하지 않은가?

‘그림 속 저 책은 무슨 책일까?’

이 책의 출발은 바로 그런 궁금증이었다.”

 

출판평론가이자 번역가로 동서양의 문‧사‧철을 가로지르며 지식을 그러모으는 데 뛰어난 표정훈 작가의 신작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이 출간됐다. 단독 저술로는 《철학을 켜다》 이후 약 6년 만이다. ‘그림 속 저 책은 과연 무슨 책일까?’ 이 물음에서 써 내려간 이번 책은 대중에게 친숙한 에드워드 호퍼, 르네 마그리트, 빈센트 반 고흐, 벨라스케스의 작품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의 새롭고 흥미로운 작품을 소개한다. 그중 책이 등장하는 그림만을 선택해 그림과 책이라는 가장 강렬하면서도 애틋한 두 친구의 문화사를 술회한다. 표정훈 작가는 이들 그림에 깃들어 있을 법한 이야기, 화가와 그림 속 인물이 나누었을 속 깊은 대화,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의 삶의 한 자락, 그 모든 비밀을 상상력으로 풀어나가며 이 책을 완성시켰다. 그림 속 책은 그림이 그려진 시기의 책‧독서‧출판문화를 추정하여 상상했다. 이러한 상상이 가능한 건 표정훈 작가의 오랜 취미와 다독의 결과. 탐서주의자로 잘 알려진 작가의 오랜 취미가 그림에 숨겨진 이야기를 상상하기, 이야기에서 그림을 상상하기다. 상상의 재료는 장서 2만 권. 그의 오랜 취미와 긴 안목, 그리고 다독으로 쌓인 박학다식한 지식이 바로 이 책,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을 탄생시켰다. 어렵게 서른여덟 편을 추렸다. 시대의 흐름, 역사와 문화, 예술의 반영, 동시에 책과 그림을 논하는 인문교양에세이로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을 지켜줄 책이다.

 

오랜 취미는 그림에 숨겨진 이야기를 상상하기, 이야기에서 그림을 상상하기다. 상상의 재료는 장서 2만 권이다. 상상의 행복과 행복의 상상은 같다고 믿는다. 서강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으며 책‧독서‧출판에 관한 글을 쓰며 저술‧번역‧평론을 한다. 한양대학교 특임교수,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강사로 일했다. 지금까지 《탐서주의자의 책》,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니다》, 《철학을 켜다》, 《하룻밤에 읽는 동양 사상》 등을 저술했고, 《중국의 자유 전통》, 《젠틀 매드니스》(공역) 등을 번역했다.
책을 펴내며 / 책을 보고 그림을 읽다

1부 독서의 위안

고독은 부드럽다
호모 비블리쿠스, 서인종의 탄생
기꺼이 포로가 되는 순간
좌절의 옆을 지키는 책
시선의 놀이에 초대합니다
판아테나이아 축제 암살 사건
책으로 시청하는 주말 드라마
책 읽기의 고통과 행복 사이
뉴턴의 메아리를 읽다

2부 그녀만의 방

그녀가 눈을 크게 떴다
그녀가 쓰기 시작했다
샤틀레 후작 부인, 컴퍼스와 장미를 들다
‘여류’는 없다. 인간이 있을 뿐
갈 수 없는 나라
책은 위로의 빛
“그녀들에게는 합당한 권리가 있노라”

3부 삶과 사랑 그리고 예술

세상의 모든 딸, 아들에게
벽을 차 부수어라!
두 영혼이 만나는 순간
사랑에는 굴레가 없다
생명과 죽음의 본능, 그리고 이야기
진실의 시간
뜨거운 사랑, 차가운 손길

4부 자유의 주체자들

에로스와 《백과전서》
‘다락방 소극장’의 배우, 마담 드 퐁파두르
헤이그와 예루살렘의 유대인
책을 찢다
파리와 베를린의 친구
순결과 광기 사이
하나의 자화상, 두 가지 모습

5부 책, 삶이 되다

책은 만인의 것
책과 독서에는 이단이 없다
서점, 그 이상의 서점
고전의 나이는 18세
자화상 아닌 자화상
“나는 스스로 배워야 했습니다”
난쟁이가 펼쳐 읽은 큰 책
읽기와 쓰기, 자유와 해방의 조건
동서양의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을 가로지르며 호기심으로 써 내려간
그림 속 책에 담긴 삶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

“책과 그림은 읽기도 하고 보기도 하는 ‘텍스트’라는 점에서 둘은 뜻밖의 친구다.
그림 속 책의 정체를 읽어내려 함으로써 그 두 친구의 오래된 각별한 우정을 기리고 싶었다.”

표정훈 작가가 이번 책에서 그림과 책에 관한 지식을 모으고 추리는 과정은 흥미롭다. 그림을 그린 화가와 인물 간의 대화를 상상해보는가 하면, 그림 속 주인공의 상황을 소설처럼 각색해 읽는 맛을 더한다. 1부 <독서의 위안> ‘고독은 부드럽다’ 편에서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 주인공을 호퍼가 실제로 1937~1938년 머물던 농장 옆에 사는 여인으로 상상,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그녀의 직업, 그녀가 책을 산 서점, 그녀가 읽는 책을 추정하여 풀어낸다. 마치 한 편의 단편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그해 4월 미국 뉴욕에서 버몬트 주 벌링턴행 열차에 탄 여인이 있다. 여인의 이름을 캐서린이라 해두자. (...) 풍경에도, 사람에게도 눈길을 주기 싫은 캐서린은 유일하게 뉴욕에서 들른 곳, 스트랜드 서점에서 산 〈스크라이브너 매거진〉을 펼쳐본다. 1934년 4월호. 표지에서 ‘F. Scott Fitzgerald’라는 이름을 보았기 때문이다.” - 1부 <독서의 위안> ‘고독은 부드럽다’ 중에서

작가는 그녀가 느꼈을 깊은 고독과 사색하는 마음마저 내밀하게 풀어내니, 독자들은 마땅히 그림 속 인물의 삶의 한 자락을 두근대는 마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권의 잘 벼려진 인문서를, 가끔은 예술서를, 종래엔 한 권의 문학 작품을 읽는 느낌, 바로 이 책이 지닌 풍부한 감성과 지식이 주는 위안이다.

1부 <독서의 위안>이 책의 위로를 받으며 광활한 고독과 사색의 세계로 빠져든 그림 속 책과 인물 이야기라면, 2부 <그녀만의 방>은 여성, 그것도 주체로서의 여성과 그녀들의 책에 관한 이야기다. 스스로 독립된 여성임을 자화상을 통해 드러낸 화가 소포니스바 앙귀솔라, 페미니즘의 선구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숙녀들의 도시》를 집필한 작가 크리스틴 드 피장, 화가 토머스 폴록 안슈츠의 그림 속 글을 쓰는 여성 등 독립된 자아로서,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채워나가는 여성의 모습을 담았다. 그녀들은 편견으로 가득 찬 세상 속에서 ‘나’를 봐달라며 재촉하지 않는다. 성마른 인정욕구로 자아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그저 서서히 내면을 채우고 앞으로 나아갈 뿐. 그림 속 그녀들이 부서지지 않는 법이다. 그녀들은 말한다. “세상과 삶은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나는 눈을 크게 뜬다. 그리고 바라본다. 그 놀라움을 포착하기 위해.”

3부 <삶과 사랑 그리고 예술>은 이 미려한 우주에서 숨 쉬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일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모든 것이 지겹다가도 다시 살아가는 힘을 주는 세 가지, 바로 ‘삶, 사랑 그리고 예술’에 관한 이야기다. 자식을 먼저 앞세운 자의 슬픔과 그 끝에 오는 환멸, 그럼에도 그 한 끗을 뒤집으면 사랑이 피어나고 삶이 흐를 것이다. 프랑스의 대문호 에밀 졸라의 둘째 딸 레오폴드 이야기와 오귀스트 드 샤티용의 그림이 주는 혜안이다. 화가 도라 캐링턴이 그린 리튼 스트래치의 그림에서는 사랑이 전부였던 세계가 존재했음을 실감할 것이다. 이들은 죽음으로 사랑을 지킨 자들이다.

“그림 속 스트래치의 손은 크기와 길이가 비현실적이라 할 정도로 과장돼 보인다. (...) 가늘고 긴 손가락, 전체적으로 길쭉하며 야윈 손. 캐링턴에게도 스트래치의 그런 손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스트래치의 손길이 자신에게 닿는 순간은 물론이거니와 그 순간을 기억하는 순간마다 캐링턴은 그 가늘고 긴 손을 깊이 느꼈으리라.” - 3부<삶과 사랑 그리고 예술> ‘뜨거운 사랑, 차가운 손길’ 중에서

자식의 죽음 이후 밀려오는 허망한 슬픔, 죽음으로 이뤄낸 불멸의 사랑, 고통과 집념이 빚어낸 예술, 결국 이 모든 것을 ‘삶’으로 포용하는 한 편의 거대한 서사를 3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슬픔 앞에서 결코 우리가 외롭지 않은 이유, 앞서 말한 세 단어의 힘이다.

자유 의지로 당당히 맞서려는 자들, 바로 4부 <자유의 주체자들>의 주인공들이다. 배움과 자유에 대한 갈급함을 이야기하지만 결코 품격을 버리지 않는 인간 의지를 담았다. 유대교에서 파면당하면서도 본인만의 철학을 견고하게 쌓아간 스피노자, 민감한 도덕적 감수성의 소유자이자 항상 회개하는 마음을 품고 작품을 써 내려간 문학가 가르신을 그린 작품을 통해 한 인격체의 고결함과 순결함을 느낄 수 있다. ‘나의 세계’에 대한 세상 모든 이들의 부정과 죄의식 속에서도 기필코 해내려는 자의 단단한 모습이다. 그 끝이 실패든, 성공이든 죽음이든 그들의 손끝에서 매만져진 책이 몇 백 년이 지나 우리의 손에 들려 있으니. 문학과 철학, 예술을 넘나들면서도 그 중심을 잃지 않는 문장의 깊이를 4부의 그림 속 책과 인물을 통해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5부 <책, 삶이 되다>는 책에 담긴 세상의 크기를 헤아린다. 화가 비토리오 마테오 코르코스는 <꿈> 외에도 여러 그림에 같은 책을 그렸다. 닳고 낡아졌을 뿐, 여전히 화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그 책은 분명 화가의 세계 그 자체가 아닐까? 심상한 상상이 가능하다. 이러한 상상이 비약이 아님은, 페드로 베루게테의 작품 <성(聖) 도미니코와 알비파(派)> 속 책을 불태우는 장면을 통해 드러나니, 5부의 이야기는 작은 책 한 권이 세상을 흔들 만한 힘이 있다는 걸 증명한다.

표정훈 작가는 책의 앞장에서 곁에 책이 있다면, 혼자이되 외롭지 않다고 밝혔다. 이 책의 3부에 등장하는 화가 고흐 또한 삶이 극도로 침체될 때마다 소설을 읽었다고 한다. 이방인으로서 타국을 떠돌던 시기 고흐에게, 극히 제한된 범위의 친교에 머무르며 사실상 사회와 단절될 때가 많았던 고흐에게 책은 세상과 자신을 이어주는 다리였다. 그런 고흐가 말한다. “우리는 읽을 줄 알잖아. 그러니 읽어야지.” 3부 <삶과 사랑 그리고 예술> ‘생명과 죽음의 본능, 그리고 이야기’ 중에서)

그림 가까이에서 만나는 읽는 자들의 이야기, 그 읽는 자들이 들려주는 ‘읽는 기쁨’이 이제 이 책을 읽고, 또 보려는 독자에게 행복의 충격으로 이어지기를. 고요한 밤, 낮은 조도의 조명 아래 이 책 한 권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만해지기를 마땅히 바라는 마음이다.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 토마스 아 켐피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