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정보
손바닥 그림 속에 담긴, 내가 본 세상, 내가 만난 사람 박재동 화백의 주머니에는 언제나 손바닥만 한 화첩과 펜이 들어 있다. 언제 어디서든, 그릴 태세를 갖췄다. 지하철에서, 택시 안에서, 거리에서, 모임 중에도, 음식을 먹다가도 대상을 만나면 화첩과 펜을 꺼내든다. 처음에는 일종의 그림일기를 그리겠다는 마음이었다. “하루하루가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가는 모래알처럼 느껴져” 무언가 기록해서 남기겠다고 결심했다. 당대 최고의 시사만화가 출신이니 글만 적힌 일기가 아니라, 그림이 빠질 수 없었다. 길에서 주운 잎사귀와 꽃잎도 일기장 삼은 화첩에 붙여놓고, 글을 적었다. “삶이 두 손 안에 잡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틈틈이’ 마음이든, 풍경이든, 사람이든 그림일기를 그리다보니, 일기보다 조금 더 꼴을 갖춘 ‘손바닥 그림’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박재동만의 고유한 작품 형식이 만들어졌다. 그러기를 10년, 수천 점의 ‘손바닥 그림’이 쌓이고 쌓여 몇 차례 전시회도 열고, 이번에는 그중 220편의 작품을 추려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를 펴낸다. ‘손바닥 아트’를 정의하자면, 손바닥만 한 화폭에 담은 ‘손바닥 그림’과 세상의 온갖 찌라시 위에다 그림을 그려 작업한 ‘찌라시 아트’를 통칭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는 <한겨레그림판> 시절 그가 일구었던 촌철살인의 풍자 만평과는 다른 느낌의 공감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화가로서 그림에 대한 열정, 결과물을 바라보며 느끼는 부끄러움과 성취감, 생활 속 단상 등 그의 마음결이 그때그때 드러나기도 하고, 그가 만나는 수많은 사람, 일상의 풍경, 세상에 대한 시각 등이 자그마한 화폭에 담겨, 우리가 살아가는 한 시대의 윤곽을 그려낸다. 손바닥 아트 속에 가장 많이 담겨 있는 대상은 뭐니뭐니 해도 이 시대의 평범한 사람들이다. 지하철에서 조는 여학생, 까르르 장난치는 아이들과 엄마, 어여쁜 연인들, 육교 위 노점상, 포장마차 아줌마, 과일장수, 택시 기사, 단골 음식점 주인, ‘졸라’를 입에 달고 있는 여고생, 노숙인 등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물들이 손바닥 그림의 주인공이 된다. 그는 왜 그렇게 사람과 사람의 얼굴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그가 보기에 우리 시대의 ‘사람’이야말로 이 시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대체불가능한 ‘표상’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현재의 인물들을 그림으로 남김으로써, 그들의 삶과 우리 시대를 기록하고자 하는 것이다.
1부 마음을 그리다
남들은 내가 서투른지 모릅니다 / 모든 사람은 하나가 아닐까 / 그래요 난…… / 잠은 안 오고 /
앉느냐 그리느냐 / 뱃살을 빼야 해 / 책에서나 보던 목욕 / 나의 컨셉 / 아수라 백작 /
나를 새롭게 일으키는, 춤 / 노래방에서 만나는 우주 / 지나서 / 조퇴한 것 같다 /
몸이 약해지니 잘 삐진다 / 언덕에서…… 나를 보다 / 필요한 말 / 영원과 무상은 한몸 /
내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소식 / 나도 그러하더이다 / 나 자신마저 용서하고 / 내 마음
2부 손바닥 만인화
전국민의 캐릭터화 / 내가 그리려는 것은 / 나의 해석 / 개구리 두 마리 / 현대인의 필수품 / 배 흡! /
아줌마는 여자가 아니다 / 선생님 너무 웃겨요 / 학교 재미없어요 / 젊은 시절의 마음으로 /
아, 그래도 좋은 사랑 / 이쁜 커플 / 이가을 선생님 / 진천 사람 이영표 씨 / 새마을구판장 주인 /
남도 화가 박문종 / 안타까운 충격 / 그림이 더 리얼하다 / 밤의 아가씨 / 당신도 어렸을 땐 /
봉남씨 파이팅! / 김기봉이라는 나무 한 그루 / 이름은 안 돼요 / 오늘 저는 대학을 그만둡니다 /
고무밴드 김영주 / 고바우 선생 / 송강호 / 드릴 것이 있어서 / 달리는 작은 찻집, 택시 이야기 /
솔나리와 시현이 / 시뽕에게 보내는 편지 / 시뽕에게 온 편지 / 다시 답장 / 여보게 조카 /
필호 아재 / 필호 아재 장례식에서 / 죽어서 살아난 그대여 / 당신의 절룩거림으로 / 명진 스님 /
우리 만화계의 보물 / 하은이 / 아이의 웃음 / 여든 청춘
3부 지하철에서 만난 사람
사람이야말로 / 자는 척 / 먼저 사람이 되거라 / 악의는 없었지만 / 얼마나 피곤했으면 /
또 깜빡했네 / 꽃이 피어 있는 지하철 풍경 / 기다린다는 것 / 졸라 졸라 / 오죽 힘들면 /
자기가 얼마나 어여쁜지 알겠지 / 룰룰루 / 까무룩 조는 아가씨 / 체면 때문에 /
한국 중년 남자의 얼굴 / 이상한 사람 / 사실 이상의 사실 / 약간의 과장 / 책 읽으면 줄게 /
까르르 / 세 아이가 옹기종기
4부 풍경의 안과 밖
어느 봄날 / 봄비 / 첨성대 옆 유채꽃밭 / 민들레씨의 비행 / 노랑 꽃 / 진달래꽃 / 나무 속 아가씨 /
장미도 좋아졌다 / 가을 속으로 / 역시 가을 속으로 / 가을이 온천지에 뿌려지고 있다 /
짓붉은 단풍 아래 / 제주도의 가을 / 달빛 아래 국화향 / 감 하나 드세요 /
강 위에서 그림을 그리다 / 노을이 넘어간다 / 저녁 어스름 갈대숲 / 희돌의 뒷모습 / 몸부림의 쉼 /
예술은 솜씨가 아니라 태도 / 둘리 아줌마 가게 / 하늘을 나는 군고구마 리어카 /
다 팔려야 할 텐데 / 송편을 빚으며 / 마음은 다치게 하지 말자 / 솜꽃이 피었네 / 한 대 때리다 /
그려야 남는다 / 삶의 천을 짜는 이야기들 / 수박 먹고 싶다 / 구공탄은 왜 구공탄일까? /
시현이의 라면 그릇 / 맛있는 음식을 보면 / 쓰레기봉투의 대화 / 닭 / 자전거 타는 물고기 /
꺼내주세요 / 사람 사는 세상 / 내 도력의 현 주소 / 권력 가진 사람의 위세 /
나는 그날 천국을 보았다 / 나도 공허 한번 해봤으면 / 춤추는 바위 / 내 촛불의 배후는 /
부엉이 바위 / 괴이한 꿈 /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 얼굴 없는 사람 / 밤하늘에 텐트가 빛난다 /
희망의 큰 보름달을 기원합니다 /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분들의 후손님께 / 새 오작교 /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 / 연말선물 / 새해는 / 바퀴벌레 관조기
5부 찌라시 아트
이 시대의 증언, 찌라시 / 귀하디귀한 물건 / 벌써 다 왔나? / 인사동 사동면옥 / 두둑한 화첩 쇼핑 /
만 년 후 후손을 위하여 / 미치겠다 / 그림일기 / 사철나무 잎사귀와 진달래꽃 /
출근길 떨어진 감꽃 / 솔나리 카네이션 / 시인이 꽂아둔 카네이션 / 내 꿈의 하나 / 情 /
캬! 시언하다 / 더위를 잘라먹다 / 히히 / 해로운 것이 맛있다 / 구두의 변신 / 나만 빼고 ㅎㅎ /
개나리 오십니까 / 욕망 사이를 걷는다 / 풍덩! / 또 하나 보내고 / 코피는 돈 낼 때 / 남과 여 /
공개해도 돼? / 이 시대의 밤을 지킨다 / 나는 힘없는 여배우입니다 / 슬퍼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