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3 2
서나래
대한민국 대표 생활툰 <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3 두 번째 이야기. 낢이 사는 이야기를 사랑해 온 많은 독자들이 가장 고대했던 순간, 낢의 결혼 이야기가 담겼다. 도대체 사람들은 과연 어떤 순간에 결혼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일까? 마음속에서 운명의 종소리가 들릴 때? 주변 사람들의 노총각, 노처녀 취급이 너무 지겨울 때? 낢에게 결혼이란 아직도 잘은 모르겠지만 어렴풋이 이런 것이다. 간밤에 내가 변사체가 되지 않았는지 체크해 줄 사람을 만나는 일. 낢의 결혼 준비 과정은 그녀의 독특한 결혼관만큼이나 신선하고 재미있다. 두 사람에게 '결혼 준비'는 단지 결혼 자체만을 위한 시간이 아니다. 이들에게 '결혼 준비'는 서로가 서로를 더욱 잘 알아가는 시간이고 두 사람이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왜인지 선물 한 번 사 주지 않는 이과장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낢.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그것이 낢과의 미래를 준비하는 이과장의 속 깊은 마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여자 친구의 '말하기 싫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 버리는 이과장의 순진함이 낢의 집과는 전혀 다른 이과장의 집안 분위기 때문이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리고 늘 무심해 보이는 이과장이 사실은 낢을 위해 로맨틱한 프러포즈를 준비할 줄 아는 세심한 남자라는 것도 알게 된다.
  간밤에 변사체가 되지 않았는지 체크해 줄 사람



안자이 미즈마루
안자이 미즈마루
웃음과 여유를 선사하는 슬슬 그림의 대가 안자이 미즈마루의 작품 세계와 그림 철학   “매력적인 그림이란 그저 잘 그린 그림만이 아니라 역시 그 사람밖에 그릴 수 없는 그림이 아닐까요. 그런 걸 그려가고 싶습니다.”   편안하게 슥슥 그린 그림. 자유로운 선과 천진난만한 색상에 엉뚱한 감상을 적은 손 글씨. 그린 사람도 보는 사람도 왠지 편안하고 여유롭게 만드는 것이 안자이 미즈마루의 스타일이다. 한국 독자들에는 무라카미 하루키 대부분의 에세이에 그림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로 잘 알려져 있지만, 안자이 미즈마루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다채로운 이력으로 열심히 재미나게 살다가 홀연히 떠났다.   행복한 별 아래 살다 니혼대학 예술학부를 졸업하고 일본 굴지의 광고회사 덴쓰, 뉴  욕의 디자인 회사, 출판사 헤이본샤에서 아트 디렉터로 일했다. 32세에 잡지 『가로』에 만화를 발표하며 만화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다수의 에세이와 소설을 썼고, 트루먼 커포티의 책을 일본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말년에는 동료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들과 일러스트레이터 학교 팔레트클럽스쿨을 열어 후학을 양성했다. 죽기 직전까지 쉼 없이 일했고, 해가 지면 하던 일을 멈추고 놀러 나갔다. 평생 술도 많이 마셨고, 하루키의 증언에 따르면 여성에게도 인기가 많아 그의 주변엔 늘 예쁜 여성들이 있었다. “그런 별 아래 태어났을 것”이라고. 2014년 3월 19일, 뇌일혈로 쓰러진 지 이틀 만에 7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여성에게 인기 있는 별뿐 아니라 행복한 인생의 별 아래 살다 간 것 같다.   안자이 미즈마루 평생의 작품 궤적 이 책은 초창기 작업부터 최고의 인기작까지 안자이 미즈마루 일러스트를 망라했다. 단행본 삽화, 잡지 표지, 만화, 그림 에세이 등 주제별로 분류해 대표작을 보여주며, 작업 당시의 에피소드를 같이 실어 흥미를 돋운다. 무라카미 하루키와의 대담, 일본 대중예술계를 이끈 아티스트 그룹 ‘팔레트클럽’의 멤버인 디자이너 신타니 마사히로와 하라다 오사무가 기억하는 안자이 미즈마루 등 볼거리와 읽을거리가 풍성하다. 후배 아티스트들과, 함께 일한 동료들이 말하는 ‘미즈마루 선생으로부터 배운 것’ 코너를 통해 거장의 성과를 돌아보고 그리워하는 추모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자유로운 선과 색상, 허술한 듯 보이지만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는 마법 같은 힘을 가진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을 한 권으로 감상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2014년 4월 18일자 <주간 아사히>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기고한 추모글 <미처 그리지 못한 한 장의 그림-안자이 미즈마루 씨 이야기>를 저자의 허락을 얻어 이 책의 서문으로 실었다.   하루키의 30년 소울 브라더 안자이 미즈마루의 작품세계를 말할 때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와의 작업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궁합도 최고였지만, 사이도 무척 좋았다. 하루키는 ‘소울 브라더 같은 사람’ 미즈마루를 이렇게 묘사하기도 했다. “미즈마루 씨는 내 속에 잠재한 ‘세상에 도움은 전혀 안 되지만, 이따금 저쪽에서 멋대로 불어오는, 그다지 지적이라고는 하기 어려운 종류의 별난 무언가’를 긍정적으로, 동정적으로, 컬러풀하게 이해해주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사람입니다. 어쩌면 이 사람 속에도 같은 정신 영역이 있을지 모릅니다.”(52쪽) 두 사람이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은 1981년 단편소설 <거울 속의 저녁노을>의 삽화를 그리면서부터였지만, 안 것은 그 전이었다. 하루키와 미즈마루 둘 다 아는 편집자가 재즈 바를 하던 시절의 하루키 가게에 미즈마루를 데려갔다. 미즈마루는 첫인상은 별로였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둘의 케미는 꽤나 좋아서 밥이나 술도 곧잘 먹으며 잡담을 나누었다. 문학 이야기 같은 것은 하지 않고, 주로 바보 같은 이야기나 영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안자이 미즈마루의 본명은 와타나베 노보루이다. <노르웨이의 숲> 주인공 이름도 와타나베였다. 와타나베 노보루라는 이름은 이후 몇몇 단편의 주인공 이름이나 고양이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두 사람은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해 뜨는 나라의 공장> <무라카미 아사히도> 등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무라카미 하루키 글 콤비로 활약하며 다수의 책을 냈다. 작가 임경선이 말한 대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짱짱하고 리듬감 있는 문체에 안자이 미즈마루의 능청스럽고 탈력감(脫力感) 넘치는, 수리술술 그린 듯한 그림은 절묘하게 어울려서 보는 이를 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안자이 미즈마루 스타일 안자이 미즈마루는 ‘대충’ 그리는 사람이었다. 의뢰 전화를 받으며 그린 그림을, 전화를 끊고 바로 팩스로 보냈다는 일화도 있을 정도이다. 이런 스타일에 대해 작가 본인은 이렇게 말한다. “저는 뭔가를 깊이 생각해서 쓰고, 그리고 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하지 않아요. 이렇게 말하면 ‘대충 한다’고 바로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지만, 대충 한 게 더 나은 사람도 있답니다. 저는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지 않으려나요.” “저는 ‘현시점에서 최고의 완성도’라고 생각했을 때, 작업한 그림을 넘깁니다. 그러지 않으면 실례죠. 더러 “시간이 없어서……”라고 변명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건 싫더군요. 회사에서도 능률이 떨어지는 사람일수록 잔업을 하죠. 잔업은 질색이에요. 밖이 어두워지면 하던 일을 멈추고 놀러 나갑니다.” “저는 반쯤 놀이 기분으로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들더군요. 진지함이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일본에서는 흔치 않은 스타일이죠. 일본인에게는 진지한 것이 좋고, 진지하지 못한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풍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림을 그릴 때의 태도로, 진지하게 그림과 마주해야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냉수마찰을 하고 불단에 기도를 한 뒤 작업에 들어가는 도예가가 있는가 하면, 저는 작업 선반을 걷어차며 일을 하는 편이라고 할까요.”(121쪽)   이 책에는 실려 있지 않지만, 하루키가 안자이 미즈마루의 작업 알고리즘을 추측하는 글이 있다. 세간에서는 안자이 씨의 그림을 둘러싸고 두 가지 대립되는 의견이 있다. 하나는 ‘미즈마루 씨의 그림은 언뜻 보기에는 단순하게 보이지만, 실은 상당히 많은 시간을 들여서 그린 것이다’라는 설과, ‘시간 같은 것이 걸릴 리가 없다’는 설이다. 나로서도 그 진상이 알고 싶었기 때문에, 연말에 미즈마루 씨와 일 관계로 식사를 했을 때, “미즈마루 씨, 연하장 그림을 그려주시지 않겠습니까?” 하고 주머니에서 엽서 두 장과 볼펜을 꺼내어 그에게 주었다. 미즈마루 씨는 “아, 좋습니다.” 하고는 엽서와 펜을 옆으로 밀어놓곤, 그대로 술을 마시고 안주를 집어먹고 이런저런 잡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가 문득 술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펜과 엽서를 집어든 것은 약 30분 뒤의 일이었다. 결과적으로는 그 두 장의 그림을 그리는 데 약 15초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문제는 그 15초에 도달하기까지의 30분 동안에 있다. 안자이 씨에게 그 30분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그 가능성으로는, (1) 안주를 먹으면서 계속 구상을 하고 있었다. (2) 갑자기 부탁을 받았기 때문에 부끄러워서 30분 동안 계면쩍어하고 있었다. (3) 너무 빨리 그려버리면 고마움을 모를 것 같아서 그냥 단순히 폼을 잡고 있었다. 이 세 가지를 생각할 수 있겠는데 으음, 그 중 어느 것일까요?   하루키의 이러한 궁금증에 답이 될 만한 글이 이 책에 있다. 전에 무라카미 씨가 오이시에 새 집을 지어서, 그 집 장벽화를 부탁받은 적이 있습니다. 하얀 벽을 마주하면 무언가 그릴 것이 떠오르겠지 하고, 사전에 아무것도 구상하지 않고 갔습니다. 현장에서 무라카미 씨가 연습용으로 헌 신문을 잔뜩 갖고 와서, 그걸 찬찬히 읽었습니다. 바로 휙 그리면 고마움을 모를 테니. 장벽화를 그리는 것은 처음이었죠. 너무 복잡한 것을 그리면 실패할 수 있으니 간단한 것을 그리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후지산을 그렸더니, 무라카미 씨 왈, “이거 푸딩인가?” (120쪽)   동료 작가들은 안자이 미즈마루의 스타일을 이렇게 회고한다. “되풀이해서 그리면 잘 그려지는 것이 싫다고 했었지. 펜에 익숙해져서 생각대로 선이 그려지면 재미없다고. 우연을 믿고 그걸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작가라고 할까.”(247쪽) 미즈마루에게는 한 가지 미학이 있었지. 그건 절대로 세탁물에 다림질을 하지 않는 것. 상의도 셔츠도 전부 꾸깃꾸깃, 지금도 잊을 수가 없네. 트렌치코트를 사면 입은 채로 샤워를 했었죠. 맞아, 일부러 쭈글쭈글하게 만들었지. 낡은 옷을 좋아한다고. 나는 처음에는 부인이 집안일을 안 하나 생각했었지. 딱하구나 하고(웃음). 특유의 미학이랄까, 기호가 가장 상징적으로 나타난 부분이었어. 빳빳하게 다린 셔츠를 입고 있거나, 정중한 인사를 하는 것도 거의 본 적이 없네.(241쪽) -동료 작가 신타니 마사히로와 하라다 오사무의 대담 중에서   20년 전인 1984년, 무라카미 하루키와의 대담에서 계산 없이 그리는 자신의 작업 스타일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어떤 것이든 내가 있으면 어떤 느낌으로든 내 것이 나올 것이다, 그런 느낌이란 것은.” (147쪽)   최선을 다해 자신으로 존재하고, 그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 그것이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이었다.